펜 끝 기행 / 그린이 최호철, 글쓴이 박인하 / 디자인하우스 (2010)
최호철, 박인하의 펜 끝 기행
청강문화산업대학의 만화 전공 교수 두 분이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을 한 분은 그림을 그리고 다른 한 분은 글을 써서 낸 책이다. 대학교 이름이 너무 생소했다. 이름으로는 마치 중국에 청강이라는 지역이 있고 그곳에 있는 산업대학 같은 느낌인데, 지도에서 찾아보니 이천에 있는 지방대학교였다. (혹시나 이곳을 다니셨거나 다니시는 분들께는 죄송)
청강문화산업대학 위치 (이름이 너무 중국에 있는 듯한데.. 용인과 이천 중간쯤 있다.)
책 표지의 그림에 끌려서 들었지만, 한 번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지은이들의 소개가 재치 있어서다. 최호철 교수와 박인하 교수는 자신들을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그린이_ 최호철
별명 사슴. 육식동물인 편집자들이 마감하라는 공격을 날리면, 초식동물인 사슴은 순진한 눈을 깜빡인다. 여러 기술 중 편지 보내기 기술은 최고다. 뭔가 난감한 일이 생기면(대부분 마감 실패다), 길고 긴 메일을 보낸다. ... 당연하겠지만 마감이 늦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눈으로 보지 않고, 자신이 느끼지 않으면 절대 그리지 못한다. 그래서 여행지에서 그린 이 그림들은 다른 마감보다 훨씬 더 수월했다. ...
글쓴이_ 박인하
"당신이 말하는 숫자는 무척 정확한 듯하지만, 사실은 틀려." 박인하에 대한 최호철의 일갈이다. 보통 숫자를 대며 최호철을 몰아가지만, 사실 자신도 무척 허술하다. ... 남들 눈에는 철 지난 개그 듀엣 정도로 보인다. ...
제주에서부터 시작해 일본, 이탈리아 그리고 스위스, 중국, 다시 또 일본 규슈를 거쳐 마지막으로 울릉도와 독도를 다니며 한 명은 그리고, 다른 한 명은 글을 쓴 재미있는 여행기이다. 글도 재미있고 재치 있지만, 최호철 교수의 그림이 시선을 사로잡는 경우가 더 많다. 오늘은 책 후기라기보다는 책의 한 부분에서 나온 내용만 주로 다뤄보려고 한다.
미국 여행에서 디즈니랜드에 갔을 때 에버랜드와 롯데월드, 그리고 디즈니랜드의 결정적인 차이를 언급한 적이 있는데 (문장 앞쪽의 링크 참조), 박인하 교수도 똑같은 부분을 언급한다. 이들이 도쿄 디즈니랜드에 갔을 때 느낀 점을 박인하 교수는 이렇게 썼다.
p. 82
세상에서 가장 인위적인 공간, 그것도 오로지 기쁨과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만든 공간이 테마파크일 것이다. 두 '만화쟁이' 모두 테마파크를 좋아한다. 하지만 격렬한 롤러코스터는 못 탄다는 거. 결국 덜 무섭고 명백한 이야기가 있는 테마파크를 좋아할 수밖에. 테마파크와 놀이공원을 구분하는 방법은 공원 전체에 분명한 이야기(테마)가 있으면 테마파크이고, 예쁘고 잘 꾸민 정원을 자랑하거나 다양하고 격렬한 놀이 기구가 있으면 놀이공원이다(이것이 나의 구분법이다!). 때문에 '롯데월드'나 '에버랜드'는 모두 '놀이공원'에 가깝다. 그 안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강렬한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테마파크의 선두 주자는 미국의 디즈니랜드다. ... 디즈니랜드는 그야말로 테마파크의 원조이자 대명사이다.
에버랜드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레니와 친구들이라고 안내 페이지가 있다. (이번에 처음 알았다.) 해당 페이지를 들어가면 2005년부터 활동했던 대표 캐릭터 라시언과 라이라는 10년간의 홍보대사 활동을 마치고 새로운 모험을 찾아 세계여행을 떠났고, 그 자리에 레니(Lenny)와 라라(Lara)가 왔다고 한다. 근데 이 이야기조차 에버랜드 직원들은 알까? 10년이나 활동한 라시언과 라이는 내가 에버랜드 연간회원권까지 끊고 다니던 시절의 캐릭터들인데, 이름은 얼핏 들어본 것 같은 것 말고는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www.everland.com/web/everland/wow/lenny_friends/lenny_friends.html
롯데월드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롯데월드 마스코트인 로티와 로리는 이름은 좀 더 알려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무슨 스토리가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롯데월드나 롯데월드타워, 롯데월드몰 주변을 악당이 쳐들어 오고 이들이 롯데월드에서 출동해서 물리치는 슈퍼캐릭터로 만들면 어떨까. 마침 둘 다 무기 같은 봉도 들고 있으니 말이다.
adventure.lotteworld.com/kor/enjoy/performance/character/contentsid/398/index.do
책 소개하다가 우리나라 '놀이공원' 비판만 하고 있게 되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 테마파크의 캐릭터를 뽀로로, 타요, 터닝메카드 (너무 올드 캐릭터들인가?), 방귀대장 뿡뿡이 아니면 펭수로 바꾸면 어떨까? 바꾸기 싫으면 이 캐릭터에게 스토리를 부여하면 어떨까? 톰과 제리 같은 귀여운 내용의 애니메이션으로 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이 두 놀이공원을 운영하는 쪽에서 더 많은 고민을 하고 기획안을 갖고 있기는 할 것이다. 좁은 땅덩어리에 얼마 있지도 않은 테마파크이니 투자를 전혀 안 해도 수익이 나니까 이러고 있다고 본다.
이들과 대응을 하기 위한 글로벌 업체의 진출 시도도 계속 있기는 하다. 이미 건설 중인 것으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춘천의 레고랜드가 대표적이다. 개인적으로 레고랜드는 큰 임팩트가 있지는 않을 것 같다.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셜스튜디오가 들어와야 기존 놀이공원이 테마파크로 변신을 꾀할 움직임을 만들어 줄 것으로 생각한다. 화성 국제테마파크가 시도 중이었던 것 이 있었고, 뽀로로 테마마크는 어딘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아주 어린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해서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소설가가 보는 여행이 남들과 다르듯, 만화가들이 보는 여행도 일반인들과는 다르다. 그래서 이 책은 또 다른 맛으로 다가온다.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보는 각 여행지들의 모습은 훨씬 더 생동감이 있다. 그렇게 생동감 있게 담아낸 능력이 정말 대단하고 멋지다.
재미있는 두 남자가 겪어보는 새로운 시선으로의 여행을 보는 관점, 경험들. 가벼운 마음으로 그림과 함께 즐겨 보는 것은 어떨까. 이제 다시 활동하기 좋은 계절이 오는 만큼 여행을 가기 위한 마음가짐을 갖기 위해 이런 책으로 슬슬 워밍업 해 보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다. 이 책은 직접 눈으로 그 그림을 봐야만 그 감동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어서 더 이상의 설명은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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