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신혼여행 / 장강명 에세이 / 한겨레출판 (2016)
5년 만에 신혼여행 / 장강명 에세이
얼마 전 블로그에 소개한 책 『한국이 싫어서』를 먼저 보고 읽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에세이를 보는데 왜 소설을 읽고 보면 좋은지 의아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소설에서의 주인공인 여성의 모델이 결국 아내였기 때문이다. 소설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이야기 구성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잡았다. 어쩐지 소설에서 주인공의 남자 친구가 기자를 하려고 한다는 내용에서부터 눈치를 챘어야 했을 것 같았다. 세부 내용은 소설이었겠지만 한국을 떠났던 이유와 한국에 남아있던 남자 친구 이야기는 이 부부의 이야기를 살짝 각색하여 넣은 것이었다. 소설 속 주인공과는 다르게 HJ는 한국에서 장강명 작가와 결혼을 하고 한국에서 잘 살고 있다.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고 결혼을 해서, 신혼여행도 5년이나 지나서 소박하게 떠난다. 결혼까지의 과정, 그리고 신혼여행을 준비하면서의 이야기. 그리고 3박 5일 밖에 안 되는 '보라카이'로의 여행기가 책 한 권으로 탄생했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면, HJ의 태도는 일반적인 한국인들의 여행 준비를 보는 것 같다. 여행 준비를 위해 수많은 여행후기를 블로그를 통해 검색하고, 어떤 식당은 꼭 가야 한다고 하는 등의 준비를 한다. 그리고 힘들어도 그것을 실천하려고 한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가는 코스들이 비슷하기 때문에 그들의 여행도 보라카이로 여행을 가는 일반적인 한국인들의 여행과 비슷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달라지는 것은 그 중 한 명이 작가라는 것이다. 작가의 태도는 조금 다르다. 뭔가 특별한 구석은 있는 것 같다. 대학에서는 공학을 배운 공돌이였고, 직장을 다니다 기자가 되었던 그의 배경 때문인지 주변에 대한 관찰을 많이 한다. 그 관찰로 출발해서 사회 비판을 하기도 하고, 부부의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 등의 이야기로 잔뜩 구성된 에세이.
신혼여행을 보라카이로 갔었기 때문에 일단 이 에세이에서 나오는 보라카이에 대한 묘사에서 쉽게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았다. 작가는 선셋 세일링이 좋았다고 했는데, 똑같은 투어를 했던 사람으로서 일부 공감이 간다. 보트 위에서 바라본 선셋이 참 멋졌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하지만, 선셋 세일링 관련해서 가장 강하게 기억에 남은 것은 선셋을 보고 돌아와 배에서 내릴 때, 현지인들이 한 명씩 안전하게 업어서 내려주는데, 그 사이를 못 참은 나는 물이 얕아 보인다 생각하고 혼자 내린다고 발을 내디뎠다가 물에 빠져서 가져갔던 디카를 홀라당 바닷물에 빠뜨렸던 사건이다. 덕분에 선셋 세일링 이후 날짜의 디카로 찍은 사진이 없다. 하필 그날이 보라카이에서의 첫날 저녁이었을 뿐이고... 다행히 예비로 가져갔던 필름 카메라가 있어서 그걸로 찍었던 기억밖에 없다. 이제는 오래돼서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다시 책으로 돌아오면, 부모님의 반대로 결혼식도 못 올린 부부이지만, 작가의 부부관계에 대한 생각은 나름 공감이 많이 간다. 특히 시부모님과 아내가 잘 지내야 하는 것에 대한 의문은 공감이 간다. 자식과 부모의 관계도 때로는 어렵고 친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는데, 반평생을 남으로 살던 사람이 어떻게 쉽게 어울릴 수 있는 것인가. 왜 명절이면 즐거운 마음으로 시댁을 찾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것들은 공감이 간다.
장강명 작가의 문체는 간결하기는 하지만, 뭔가 좀 장황하고 거창하게 생각이 확장되는 경우가 조금 있다. 가끔은 읽다가 적응이 안 되는 경우가 좀 있는 것을 빼면, 전체적으로는 작가의 여행기는 이렇게 이야기가 될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볼 수 있는 책이다.
마무리는 그날 바닷물에 빠져서 운명을 달리했던 디카의 거의 마지막 작품이었던 선셋 사진으로...
한국이 싫어서 / 장강명 장편소설 / 민음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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