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스웨덴 / 이성원, 조수영 / 지콜론북 (2018)
헤이 스웨덴 (HEJ SWEDEN)
완벽하지 않지만 적당히 행복한 스웨덴 생활기
책에서 책으로 뻗어나가는 방법은 아주 다양하다. 최근에 후기를 올린 소설(스웨덴 기사 / 레오 페루츠 장편 소설 / 열린책들 세계문학 (2020))을 읽고 그 다음으로 뻗어나간 곳은 스웨덴이라는 나라에 가서 살면서 보고 듣고 경험하며 느낀 생활기를 쓴 책이다. 책이 책을 부르는 이러한 선순환은 항상 옳다.
우선 이 책의 작가 소개부터
이성원 - 초등학교 교사. 반복되는 일상을 늘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려 노력한다. 스웨덴에서 생활하며 발견한 좋은 생각과 가치를 개인의 삶과 교사로서의 업에 적용하려 한다.
조수영 - 방송국 예능 PD로 일하다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아 스웨덴 유학길에 올랐다. 스웨덴 룬드대학교에서 환경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다시 취업준비생으로 살고 있다.
- 두 부부가 운영하는 블로그 (지속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다.)
네이버 블로그: '바깔부인과 쉐덴댁' 스웨덴 일상 이야기
카카오 브런치 매거진 '지속 가능 스튜디오'
카카오 브런치 매거진 '글 짓는 스웨덴 부부'
혹시나 관심있으신 분들을 위해 아래 순서대로 링크
스웨덴 일상 이야기, 바깥부인과 쉐덴댁의 블로그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글짓는 스웨덴 부부의 브런치 (brunch.co.kr)
내용은 크게 3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이 스웨덴으로 가게 되는 계기와 초반의 일상과 생각을 적은 PART A, 생활하면서 지켜본 스웨덴에서의 에피소드 PART B, 그리고 스웨덴의 사람들과 문화를 바라보며 생각을 적은 PART C. 해외에 나가서 살아갈 수 있는 언어 능력도 없는데, 이상하게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아서인지, 이런 책들은 항상 흥미가 생긴다.
PART A - ESSAY 뜻밖에 내 마음속으로 들어온 스웨덴
PART B - EPISODE 하나하나 뜯어보는 스웨덴
PART C - VIEW 일상에서 만나는 스웨덴다움
본문 발췌 및 의견
p. 43
독립적인 문화화 개인에 대한 존중
스웨덴에선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해도 넌 틀렸다고 얘기하지 않았다. 독특한 생각이어도 그냥 내 의견을 존중했다. 스웨덴 친구들과 얘기하다가 한 가지 재미있는 걸 깨달았는데, 자기 의견을 말할 때 굉장히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는 것이었다. 논쟁거리가 될 것 같은 주제가 튀어나오면 항상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라거나 "내가 잘은 모르겠지만" 같은 말을 먼저 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무작정 자기주장을 하지 않고,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걸 늘 염두에 두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사실 넌 틀렸다고 쉽게 이야기하지 않지 않나? 스웨덴 사람 입장에서 볼 때는 이들이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니 당연히 생각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해서 너의 생각이 틀렸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이 내용에 동의를 안 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 생각과 주장만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주변에 어렵지 않게 발견되기는 하기 때문이다. 이런 내 생각이 틀릴 수 있으니 조심해서 포스팅을 해야겠다.
p. 139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국회의원이 사용하는 공금, 출장비 등의 비용 처리 내역을 누구든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도 정부가 하는 일에 따라 정보 공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는데, 스웨덴은 오래전부터 정착된 문화라고 했다. 국회의원뿐 아니라 관공서에서 하는 일이나 문서 등을 언제든 쉽게 열람할 수 있다. 심지어 이웃, 직장 상사, 친척의 정보도 열람 가능했다.
이 부분은 할 말이 많지만, 그냥 발췌만 하겠다. 우리나라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 더 투명해져야 한다.
p. 156
특히 한국 엄마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라떼파파는 놀랍고 때로는 부러운 존재일 수 있다. 이는 라떼파파가 단순히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잘 제도화된 평등한 육아 휴직 제도를 상징하는 단어이기 때문일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스웨덴에서는 어린 자녀를 둔 부부라면 누구나 부부 합산 총 480일의 유급 육아 휴직을 쓸 수 있다. 480중 아빠와 엄마는 각각 최소 90일을 사용해야 하며 390일 동안 월급의 약 80%를 정부에서 지원받는다. 부부가 함께 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더블데이dubbledagar'도 최대 30일까지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과연 이러한 제도가 도입될 수 있을까? 예전보다는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도 많이 늘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다. 비록 스웨덴만큼의 기간은 아닐지언정. 점점 심화되는 저출산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텐데, 그렇지 않은 것 같으니 요즘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미안해진다.
p. 166
취미를 넘어 일상 그 자체인 자전거 문화
보행자와 자전거 중심의 교통 문화 - 건너려는 낌새를 조금이라도 보이면 자동차들은 멀리서부터 서행을 하고 횡단보도 앞에서 완전히 정지했다.
이것은 비단 스웨덴뿐 아니라 교통 선진국에서는 아주 쉽게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유럽에는 프랑스 파리로만 출장을 다녀온 경험뿐이 없지만, 큰 도로가 아닌 작은 도로에서는 도로를 건너려는 시늉만 해도 멈추는 차들을 보며 역시 이런 곳이 선진국이라는 평을 듣는 것인가 싶었다. (코로나 상황은 고려하지 않기로...) 우리나라는 도로문화가 매우 많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의 시스템에서 쉽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횡단보도 근처의 신호등 높이다. 프랑스는 교차로의 신호등이 사람 키 높이에서 살짝 위쪽에 있다. 신호등을 보기 위해서는 근처에 있는 사람도 함께 보인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신호도 보고 건너려는 사람을 함께 볼 수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신호등이 2층 버스도 가볍게 통과할 수 있는 높이 위에 있다. 횡단보도 신호와 차량 신호가 아예 별도로 있으니 횡단보도 근처에 있는 사람이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신호등 위치만 조정해도 우리나라 교통사고는 상당히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자전거 문화도 마찬가지. 파리에서 서울의 '따릉이'와 비슷한 벨리브(이름이 맞나?)를 타고 도로가를 따라다니는데, 한대의 차도 위협적으로 운전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뭔가 배려를 받는 느낌이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법적으로는 인도에서 타는 게 불법이니, 도로 가장자리로 가는 게 맞지만 그렇게 도로 가장자리로 가면 어깨를 스쳐 지나가듯 위협적으로 다니는 차들 때문에 목숨을 걸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수시로 받는다. 왜 그럴까?
p. 203
관심과 오지랖 - 생각해 보니 스웨덴에서 살면서 남의 외모에 대해 얘기한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
그렇다고 스웨덴 사람들이 칭찬에 인색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가끔은 나도 모르는 내 성격의 장점을 찾아내 스스럼없이 말해서 나 자신도 놀랄 정도였다. 그러나 외모에 대한 칭찬(과 험담)에는 유독 인색했다. 생김새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데 옷, 액세서리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 이 둘의 차이 또한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평생을 해도 끝이 없는 영어 공부를 한다고 봤던 유튜브에서 한국에 와 있는 외국인들에게 여기와 너희 나라의 어떤 점이 차이가 나는지 물어본 것을 본 적이 있다. 거기서 어떤 여성분이 한국 사람들은 유독 외모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그리고 그게 좀 마음이 불편하다고 했다.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사는 서양과 외모가 거의 같은 우리나라의 구조적 차이에서 오는 것 같기는 하다. 남녀의 차이도 있을 듯 싶긴 하다.
p. 217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삶의 철학
스웨덴에도 라곰Lagom이라는 스웨덴만의 삶의 태도가 있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한"이라는 뜻이다. 사전적 의미만으로는 그 안에 들어 있는 스웨덴 사람들의 마음과 정신을 온전히 표현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정情, 한恨을 외국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것처럼.
라곰은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을 때, 이렇지도 저렇지도 않은 적당한 마음이나 상황을 표현하고 싶을 때 언제 어디서나 쓸 수 있는 마법 같은 단어였다. 스웨덴 표현 중에 'Lagom ἄr bἄst'라는 말이 있다. 적당한 것이 가장 좋다는 뜻이다. 라곰은 스웨덴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쓰일 뿐 아니라 삶을 대하는 방식 그 자체였다.
라곰. 쉽게 말하면 욕심부리지 말고 현재에 만족하라는 것인데, 우리도 비슷하지 않나. 다만, 우리의 욕망이 그들보다 조금 더 큰 느낌인 것인가?
p. 227-228
'왜'라는 물음에서 시작하는 교육
스웨덴 교사들은 다섯 가지 중에 정답 하나를 찾아내는 식이 아니라 어떤 답을 말하든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의 경우 일단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시작해보라고 하고 학생이 무언가를 만들어내면 어떤 의도로 왜 그런 것을 만들었는지 꼭 물어본다고 했다. 학생이 나름대로 자기 생각을 잘 설명한다면 결과물의 완성도를 떠나 '스스로 생각해서 한 것이니 잘한 것이다'라고 칭찬한다고 했다. 이런 모습을 보며 그들은 결과보다 과정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왜'를 묻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나라 교육도 조금 더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정답을 찾는 전문가가 아니라, 어떤 생각을 가지고 정답을 찾아 나가야 하는지를 알려주어야 한다. 그래야 언젠가 문제가 생겼을 때 스스로 정답을 찾아갈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지지 않을까.
요즘은 자녀의 수가 많지 않으니, 자기 자식만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애지중지하는 부모들이 많아졌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떠먹여 준다. 대학교 수강신청마저 부모가 이러저러하게 신청하라고 간섭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게 자식을 망치는 지름길인 것을 정녕 모르나?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서로 존중해 주는 문화가 정말 필요하다. 우리 교육은 너무 '이것이 정답'이라는 정답 쫓기만 해 오는 게 아닐까.
음.. 오늘의 포스팅은 책소개인지, 그냥 의견 쓰기를 한 건지 헷갈리지만.. 스웨덴이라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것은 어떨지 궁금한 분들은 이 책을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스웨덴 기사 / 레오 페루츠 장편 소설 / 열린책들 세계문학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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