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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 꿈 백화점 / 이미예 장편소설 / 팩토리나인 (2020)

gracenmose 2021. 4. 15.

달러구트 꿈 백화점 / 이미예 장편소설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꿈을 사고파는 사람들의 뭉클하고 따뜻한 이야기


잠들어야만 입장이 가능한 꿈을 사고파는 백화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소설이다. 책의 주인공인 페니가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입사를 하려고 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페니가 입사를 한 후 여러 가지 꿈의 내용에 따라 그 꿈에 어울릴만한 실제 세계에서의 일들과 연관 짓는 식의 이야기가 소설의 내용이다. 층마다 특별한 꿈을 팔고 있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 그곳에서 원하는 꿈을 사서 꾸면 얼마나 재미있을 것인가.

 

이 책은 다양하게 꿈을 꾸고, 그 꿈을 잘 기억하는 사람이 읽으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너무 숙면을 취하는 타입이라 그런지, 꿈을 기억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꿈을 꾸지 않는 경우는 없다고 하니, 꿈을 기억하지 못한다가 맞는 표현일 것 같다. 하지만, 어린시절에는 많은 꿈을 꾸었고, 그 꿈 중에 지금도 어렴풋이 생각나는 것들도 있다. 이 소설에서는 그런 점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꿈의 종류들이 많이 나온다.

 

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일지 상상이 가는 꿈들이 있는지 한 번 보는 것도 재미 있을 것 같아서 목차만 가져와 봤다.

1. 가게 대성황의 날
2. 한밤의 연애지침서
3. 예지몽
4. 트라우마 환불 요청
5. 꿈 제작자 정기총회
6. 이달의 베스트셀러
7. Yesterday와 벤젠고리
8. 체험판 출시: 타인의 삶
9. 익명의 손님께서 당신에게 보낸 꿈

본문에서는 아래 내용만 하나 발췌를 했다. 

p. 250
"페니, 나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에는 2가지가 있다고 믿는단다. 첫째, 아무래도 삶에 만족할 수 없을 때는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페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그리고 두 번째 방법은, 쉬워 보이지만 첫 번째 방법보다 어려운 거란다. 게다가 첫 번째 방법으로 삶을 바꾼 사람도 결국엔 두 번째 방법까지 터득해야 비로소 평온해질 수 있지."
"어떤 방법이죠?"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것. 두 번째 방법은 말은 쉽지만 실행하기는 쉽지 않지. 하지만 정말 할 수 있게 된다면, 글쎄다. 행복이 허무하리만치 가까이에 있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지."

꿈을 통해 꿈을 이루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꿈을 이룬 사람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꿈을 팔면서 나오는 에피소드이다. 꿈을 이룬 사람도 자신의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함으로써 꿈을 이루었다. 책에서 말한 것처럼 말은 정말 쉽다. 하지만, 실행은 정말 어렵다. 특히나, 비교 문화가 아주 심한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더 힘든 것 같다. 환경 자체가 개인주의보다는 집단주의에 속해있고, 혼자 튀는 것을 이상하게 보는 그런 환경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쉽게 바뀔 수 있는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할 수 있을 때까지 그 방법을 터득하고 노력하는 게 인생 아닌가. 


책을 보고 나서 저자 이미예 작가를 찾아보니, 재료공학을 공부하고 반도체 엔지니어로 일을 한 사람이다. 기억에 남는 꿈을 자주 꾼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었나보다. 펀딩으로 출판한 소설인데, 책의 뒷면을 보니 2월 말에 400쇄로 인쇄된 책이다. 이제 서른두 살이라는데, 앞으로도 좋은 소설을 쓸 수 있을 테니, 차기작도 기대를 해 볼만하다. 다만, 첫 작품이 대박 성공을 한 작가로서는 부담감도 엄청나지 않을까.

이미예 작가

책 소감 쓸 때 보통 검색은 안 해보고 쓰는데, 소설은 아무래도 줄거리 소개 없이 소감만 쓰기에는 내용이 너무 빈약해서 다른 분들이 쓴 소감을 조금 찾아봤다. 신기하게도 내가 인용한 저 부분을 인용한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그만큼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만족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일 것이다. 말을 정말 쉽지만 실천까지는 어려운데, 왜 그럴까를 생각해 보면 자존감의 문제인 것 같다. 자존감이 떨어지니까 아무리 노력을 해도 만족하는 단계에 도달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게 아닐까. 자신이 만족하는 수준 자체를 너무 높게 잡아 놓고 있으니 노력해도 내 삶은 왜 만족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른이 읽어도 무난하지만, 청소년들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은 소설이다. 어른이 읽으면 약간의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청소년들에게는 희망을 줄 것이다.

 

보다 / 김영하 산문 / 문학동네 (2014)

읽다 / 김영하 산문 / 문학동네 (2015)

말하다 / 김영하 산문 / 문학동네 (2015)

어른의 어휘력 / 유선경 지음 / 앤의 서재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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