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 곽재식 / 위즈덤하우스 (2018)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 곽재식
화학자 출신 소설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글을 쓰며 6개월간 단편 4편을 완성하는 '곽재식 속도 1'을 유지하고 있다.
들어가기 전에
책 소개를 연속으로 올리면 독서량이 엄청난 것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이 가끔 계신다. 사실은 그동안 방문자수 증가라는 것을 달성해 보기 위해서 키워드를 노린 포스팅을 작성했던 기간 동안 미처 올리지 않은 책들을 올리는 것뿐이다. 이미 잡블로그화 돼버리기는 했지만, 키워드를 노려가며 했던 포스팅의 부질없음을 깨닫게 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는데, 그 사이에 읽었던 책들을 기록하고 임시저장한 것을 하나씩 푸는 중이다.
나눔과 소통을 하며 키웠던 지금의 이 블로그를 다시 원위치로 돌려서 운영해 보기 위해 잡다한 내용은 다른 곳에 써보려고 서브 블로그를 하나 개설해 봤다. 키워드 하나 잘 잡으니 방문자수가 며칠 만에 역전되었다. 반짝성 키워드이기 때문에 며칠 후 잠잠해지겠지만, 그런 현상을 보고 생각이 깊어졌다. 결론은 이웃들과 소통하며 키운 이 블로그에 좀 더 정성을 들여봐야겠다는 것이다. 물론, 가끔은 꾸준히 방문자수 유지가 될 수 있는 글을 쓰기는 해야겠지만.
곽재식 작가 소개
지난 주에 중점적으로 올렸던 장강명 작가의 책 몇 권을 보던 중, 유퀴즈에 화학박사 출신의 소설가가 출연한 편을 우연히 봤다. 아무래도 그때 머릿속에는 이과 출신의 세상을 보던 눈의 다른 점이 꽂혀 있었으니, 유퀴즈에 출연해 이야기하고 있는 곽재식 작가가 눈에 띄었다. 그동안 출간한 작품들을 찾아보니, 상당한 속도로 책을 많이 낸 경력이 있다. 이 작가의 책들은 워낙 쉽게 읽히는 것들이라 이미 몇 권을 읽었다. 그중 소설책이 아닌 글쓰기 관련된 책을 처음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이 분은 1982년생이고 카이스트 화학과 출신의 공학박사이다. 학부과정을 5학기 만에 마쳤고, 박사과정 마칠때까지 카이스트 내부에서 진행하는 문학상을 두 번 수상한 경력이 있다.
이 책은 제목부터 끌렸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 먹고 앉아서 글을 쓴다고 해도 앞에 조금 끄적이다가 생각보다 잘 안 이어지니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거의 매달 단편 하나씩 써가는 작가가 이런 책을 썼다. 어떻게 하면 끝까지 쓸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책인지 곽재식 속도는 어떻게 유지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책을 들었다.
목차
1. 상상 - 좋은 글감을 찾는 법
2. 경험과 변주 - 재미있게 이야기를 꾸리는 법
3. 연마 - 아름답게 글을 꾸미는 법
4. 생존 - 꾸준히 쓰는 힘을 기르는 법
발췌 및 생각
책을 읽기 전 기대했던 내용과는 조금 다르다. 이 책은 '소설'과 같은 작품성 글을 쓰려고 하는 사람이 보기에 조금 더 적합한 책이다. 문장을 어떻게 구성하고, 전체적인 맥락을 잡는 법과 같은 이야기에 집중하지는 않는다. 특히나, 이 분은 카이스트에서 학사 과정을 5학기 만에 끝낸 대단한 수재다. 2002년 당시 최단 기록이었다니, 보통 사람의 머리와는 구조적으로 다른 분이라고 본다. 이런 분의 머리 속 구조와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일반인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것일 테지만, 그럼에도 곽재식 작가가 고민하고 알려주는 이야기들은 나름 생각할 거리가 많게 해 준다.
p. 66-67
'소재가 생각나면 메모해두자'
지금 급히 글을 써야 하는데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해보자. 글감 찾기의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것이다. 이럴 때 마지막으로 써볼 만한 방법은 이것저것 종이 위에 닥치는 대로 생각나는 것을 써보는 것이다. 좋거나 나쁘거나 무작정 최대한 많이 써본다.
...
잠깐 머릿속을 스친 소재는 매우 쉽게 기억에서 사라지곤 한다. ....
그렇기 때문에 떠오른 소재는 반드시 어딘가에 메모해 두어야 한다. 생각보다 소재에 대한 생각은 아주 쉽게 잊힌다.
김영하 작가의 『보다』 소개의 마지막에도 인용했지만, 곽재식 작가도 똑같은 말을 한다. 약간 결이 같으면서도 다르지만, 머리 속에 떠오른 생각, 소재들은 기록해 두지 않으면 바로 잊혀지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아! 이 이야기는 꼭 써야겠다'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참 많은데, 기록해두지 않아서 그냥 잊혀진 것들이 너무도 많다.
p. 98
가장 쓰고 싶은 이야기를 먼저 쓰고 나면 그 앞부분에 끼워 넣어야 하는 이야기는 자연히 간략해진다. 이미 가장 쓰고 싶은 부분을 써버렸는데 그 앞에 벌어지는 일들은 굳이 주절주절 설명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든다. ...
게다가 일단 이야기의 핵심을 먼저 쓰고 보면 이야기를 쓰기 전에 막연히 상상했던 것과 다른 느낌이 들 것이다. 구체적인 글을 눈으로 보고 나면 이야기의 구조를 좀 더 냉철하게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분이 소설을 쓸 때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한다. 가장 핵심이 되는 사건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써 본다. 그럼, 이미 자신이 쓰고자 하는 이야기가 구성이 되었기 때문에, 그 앞에 그런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끼워 넣어야 할 이야기를 아주 간결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블로그 포스팅도 약간 비슷할 때가 있기는 하다. 어떤 내용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어도 앞에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는 과정을 쓰다 보면 지쳐서 쓰기 싫어져 버리는데, 할 얘기를 먼저 써 놓아 버리면 앞의 내용은 아주 간결하게 정리해 버리기도 한다.
p. 147
이야기가 막힐 때 쓰는 방법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도대체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끊임없이 궁리하고 추측하는 가운데 다음 이야기를 찾아나가는 방식이다.
(3분 정도의 짧은 영상인데, 이것저것 호기심 많은 곽재식 작가의 모습이 재미있다.)
이공계 출신으로서 유퀴즈의 이 장면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우리가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 그 조그만 스마트폰이 어떤 원리로 km 단위로 떨어져 있는 기지국과 통신을 하고 있으며, 그 기지국에서는 어떻게 내 스마트폰 위치를 알고 신호를 쏴주는 것인지. 나는 이런 것이 너무 궁금하고 그 원리를 알고 싶어져서 그것을 알아보기도 하며 해결해 나가는 편이다. 다들 그런 것들이 궁금하지 않나? 그렇게 말을 하니 옆에서 '나는 하나도 안 궁금한데.'라고 한다. 그렇구나.
p. 157
첫사랑을 만나기 전까지는 사람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 나는 아름다운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글을 보고 충분히 스스로 감동해보기 전에는 아름다운 글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글을 쓰기 위한 좋은 방법은 먼저 아름다운 글을 많이 읽으면서 이런 것이 정말 좋은 글이구나. 이런 것이 정말 멋진 표현법이구나 하고 스스로 깨닫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들이 글을 잘 쓸 수 있는 것은 글을 많이 읽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글을 많이 본, 특히 아름다운 글을 많이 본 사람이어야 글도 아름답게 쓸 수 있다는 말에 깊은 공감을 한다. 내 글이 아름답지 못한 것은 그동안 글을 너무 안 읽어서 그런 것이다. 이제야 슬슬 깨닫고 있지만, 내가 정말 아름다운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지는 그다지 기대가 되지는 않는다.
아름답게 글을 꾸미는 법에 대한 곽재식 작가는 아래 4가지로 추려서 정리했다.
내가 여러 번 읽고 싶은 글을 읽으며 무엇이 아름다운 글인지 느껴보자.
최대한 상황을 자세하게 쓰려고 해 보고, 그중에서 좋은 것을 고르자.
진부한 표현, 쓰기 싫은 말을 대체하려고 해 보자.
간단하고 쉽게 쓰기.
p. 190
글쓰기가 중도에 흐지부지되거나 의욕이 떨어지면 사용할 수 있는 해결책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했다.
첫 번째 해결책은 '그래도 하여간 일단 써라'라는 것이다. ... 완성된 글의 모양새를 갖춰 끝을 맺어야 어디에 내보일 수 있고, 전체 글을 되새겨보기도 쉽다.
두 번째 해결책은 '그러면 쓰지 말라'는 것이다. ... 얼른 다시 그 글로 들어가서 뭔가를 끝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때까지 기다린다. 그러면 한결 상쾌한 마음으로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책을 전반적으로 요약하는 능력이 너무 미천하여 매번 구절 옮겨 쓴 후에 내 생각을 덧붙이는 식으로 글을 쓰기는 하는데, 이것도 쓰다 보면 흐지부지 되기도 한다. 그래도 일단 각 구절 밑에 몇 단어라도 써 놓고 넘어간다. 맨 마지막까지 갔다가 다시 올라오면 붙일 말이 떠오른다. 글을 잘 쓰고 못쓰고를 떠나 끝까지 마친다는 것, 그것이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p. 203
의욕과 즐거움 속에서 쓰는 글은 대체로 작업도 술술 진행되고, 결과도 상쾌한 경우가 많다.
그래도 아직은 블로그에 글쓰는 것에 대한 의욕과 즐거움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은 것 같다. 물론, 완전 초창기보다는 조금 지쳐가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이러다가 다시 또 즐겁게 글을 쓰는 날이 다시 오고 상쾌하게 발행 버튼을 누르는 순간이 올 것이라 기대해 본다.
p. 217-219
"장편이든 단편이든 한번 시작한 글은 어떻게든 모양을 갖춰서 끝을 맺어보려고 해 보세요."
...
나는 글을 쓰는 실력은 글 하나를 마무리 지을 때 껑충 늘어난다고 본다. 4분의 1만 쓰다가 때려치운 글 열 편을 쓰는 것보다 제대로 결말을 지은 글 한 편을 쓰는 것이 더 실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느낄 정도다.
역시, 여러 단편 소설을 많이 쓴 작가다운 지적이다. 글쓰기 실력은 어떤 글이든 제대로 마무리할 때 늘어날 수 있다. 글이 아닌 문장 수준이더라도 끝까지 마무리지어야 한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문장 제대로 마무리 못하고 있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과연 이 책 후기는 끝까지 잘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인가.
p. 238
블로그나 SNS를 잘 키워나가려면 많지 않은 내용이라도 꾸준히 글을 써 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매우 훌륭한 자료가 1년에 한 번씩 정해지지 않은 날 올라오는 웹페이지보다는 잡담에 가까운 이야기라도 매주 금요일 꼬박꼬박 올라오는 웹페이지를 사람들은 자주 찾기 마련이다.
이 분 블로그가 있는지 찾아봤는데 딱히 블로그를 운영하지는 않는 것 같다. 사실 블로그가 필요 없는 분이니 그냥 이 작가분의 생각이라고 봐야겠다. 너무나 지극히 당연한 내용이기는 하다. 나만의 색을 갖춘 블로그를 만들어 나가려면 꾸준히 글을 써 올려야 한다.
그래도 붙여 놓은 광고가 아까우니 적절한 유입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뻘글을 쓰며 대놓고 수익을 노려보는 서브 블로그를 빨리 잘 키워보고 싶어 지는 생각이 스물스물 기어오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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