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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숲에서 인간을 발견하다 / 김진애 지음 / 다산초당

gracenmose 2021. 4. 29.

도시의 숲에서 인간을 발견하다.

성장하고 기뻐하고 상상하라.

"도시를 읽으면 인간의 본성이 보인다"

 


목차

1부 호기심을 깨우라

2부 성찰하며 선택하라

3부 몸을 담고 기쁨에 빠져라

4부 시공간을 넘나들며 상상하라

 

김진애 박사님의 도시이야기 3권 시리즈 책 소감의 마지막 책이다. 책을 읽은지 어언 두 달이 되어가는데, 그동안 다른 포스팅들을 하느라 좀 늦어졌다. 이 책의 초판은 2009년에 나왔기 때문에 10년 이상 지나버려서 이미 많은 것이 바뀐 도시 이야기들이 좀 있지만, 전문가의 시각으로 이 도시 저 도시를 다니며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나눈 책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 나보다 많이 아는 사람이 보고 느낀 것을 이렇게 볼 수 있다는 것이 책의 매력인 것 같다. 


본문 발췌 및 생각, 소감..

 

1부 - 나는 왜 끌리는가

p. 51

'끌림'이란 결국 가슴이 작용하는 화학반응이다. 가슴으로 하는 일은 머리로 하는 일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가끔 자기가 하는 일에 전혀 빠져 있지 않은 사람을 본다. 한 번도 진정 끌려보지 않은 사람들이다. 끌려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사랑을 알 리 만무하다. 머리로만 일하는 사람은 절대로 가슴과 함께 일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끌리는 일을 하라"는 말은 그래서 영원히 유효하다. 끌리는 사람과 연해하고 그것을 사랑으로 발전시키듯, 당신에게 끌리는 일, 끌리는 주제를 우선 찾자.

 

도시에 관한 이야기에서의 끌림을 이야기하지만, 끌리는 일을 하라는 말은 맞는 말이다. 블로그를 재개한 지 4개월이 되어가면서 쌓여가는 포스팅들을 다시 돌아보며, 내가 끌린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내가 끌리는 주제가 아니면 글도 안 써진다. 유입수만 바라보고 글을 적으면 많지도 않은 구독자이지만, 그동안 끌려왔던 이야기가 아니어서 멀어져 버릴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내가 끌리는 주제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근데 정말 내가 끌리는 일과 주제는 무엇일런지.

 

 

p. 234

네덜란드의 운하

배수 기능 중심의 델프트 운하.
도시교통 기능 중심의 암스테르담 운하.
화물 운송 기능 중심의 위트레흐트 운하.

 

네덜란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도시마다 있는 운하들이 다 그 목적을 달리한다는 말을 한다. 사진으로만 접해본 네덜란드이지만, 전 국토의 2/3가 해수면보다도 낮다니 그만큼 운하와 물 관리에 대해 철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일 유명한 도시가 암스테르담이다보니, 그곳의 운하 위를 다니는 수상 보트만을 생각했는데, 알고 보면 그 기능이 다 다르다는 것이 신기했다. 

 

전혀 모르는 네덜란드어로 지명을 찾아보려니 생소했지만, 아래 지도 캡처한 것이 왼쪽부터 Delft, Amsterdam, Utrecht의 구글 지도이다. 네덜란드 지도를 보니 정말로 물과 함께 사는 것이 느껴진다. 그저 교과서에서 해수면이 낮은 나라라고 배우기만 했지. 위성지도를 보니, 암스테르담은 길로 보이는 곳이 전부 수로였다는 사실에 놀랐다.

 

내 머릿속 네덜란드의 해수면에 대한 것은 무너지는 제방을 발견하고 주먹으로 막았다는 네덜란드 소년의 이야기밖에 없었던 무지랄까. 걸어서 세계 속으로의 네덜란드 편이라도 있는지를 좀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왼쪽부터 델프트, 암스테르담, 위트레흐트

 

p. 235

온전한 하루를 스스로 계획해보라. 그 하루는 온전히 자신을 위한 하루다. 

 

김진애 박사는 하루의 일과를 자신이 주도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것을 벗어나 온전히 하루를 계획해 보라고 한다. 여행을 가서 하루의 전체 일정을 스스로 계획해서 자신을 위해 써 보라는 이야기인데, 왜 이 문구를 적어 놨었는지는 시간이 오래 지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미 어딘가로 여행을 가면 하루의 계획은 내가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p. 281

살아보면 최고다.   - 세계의 살고 싶은 도시 + 쿠알라룸푸르

시인 반칠환이 한 번은 나에게 물었다. "어떤 도시가 가장 좋으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지금 살고 있는 도시가 최고의 도시다." 그 시인은 나중에 인터뷰 기사에 이렇게 적었다. "갑자기 쿵, 지팡이를 내려치는 것 같았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가 최고의 도시다. 정말 맞는 말이다. 학생 시절과 사회초년생 시절 초까지 이어오던 기숙사 생활을 끝내고 결혼하면서 서울의 남쪽 끝자락에도 살아보고, 용인에서도 살아보고, 지금 서울 동부권에 와서 살면서 느끼던 것이 딱 저 말이다. 내가 그 당시 살던 동네가 가장 좋은 동네였다. 개인적으로 차 막히는 곳 운전하는 것을 너무 싫어해서 그러는지 본격적으로 서울 시내의 교통 정체를 만나기 직전 바로 빠져나가는 동네에 사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저자는 쿠알라룸푸르를 살아보고 싶은 도시로 언급을 했다. 여기서도 아는 만큼 보인다고.. 쿠알라룸푸르는 내가 가 봤던 곳이어서 조금 공감이 가기도 했다. 말레이시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많다. 특히 말레이시아가 어느 정도 잘 살고 있는 나라인지와 이슬람 문화권이라는 것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코나티카발루로 여행을 한 번 가보기 전까지, 말레이시아는 이웃한 인도네시아와 함께 전형적인 동남아 국가들의 이미지였다. 

 

말레이시아로 여행한 사람들의 공통된 반응은, 생각보다 잘 사는 나라라는 점이다. 알고 보면 산유국이기도 하여 나라 경제규모도 제법 된다. 그리고 쿠알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타워를 중심으로 한 시내만 돌아다니면, 서울하고 비교하여 떨어지는 점도 없다. 어떤 부분은 우리보다도 더 규모가 크게 느껴지기도 할 정도이다. 

 

내 머릿속에 남아 있는 쿠알라룸푸르의 모습을 생각하면, 살아보고 싶은 도시가 맞다. 생각보다 깨끗했던 거리. 부족하지 않은 생활수준. 이슬람 문화권이지만 중동 국가와 같지 않고 그저 어울려 지내는 모습. 이런 것들이 잘 어우러져서 외국인들의 적응도 어렵지 않은 곳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또 막상 살아보면 한국이 그리워지겠지? 

 

 

p. 287

세계의 살고 싶은 도시의 상위권 도시들은 대개 규모가 크지 않고 자연과 인공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이른바 자연친화적인 도시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도시 시민들의 기대 수명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노년층이 많이 살고 있다는 뜻일 터이니, 정말 괜찮은 도시들이 아닌가. 이른바 선진사회라는 나라들의 특징 중 하나가 규모가 크지 않은 작은 도시, 작은 마을이 살아남고 때로 번성하기까지 하는 것인데, 그 비결은 정말 배울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도 규모가 크지 않은 도시, 작은 마을이 살아남는 그런 곳으로 변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도 아파트로만 전부 도시를 덮어버리고 있으니 딱히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우리도 규모가 크지 않은 작은 도시, 작은 마을은 있다. 자신들만의 아파트 성을 구축해서 그 안에 외부인도 못 들여놓게 하려는 대형 아파트 단지들. 도시 안에 있는 작은 도시들이다. 나중에 그런 곳들이 재건축해야 하는 시점이 오면 대체 어떻게 하려고 그렇게 규모를 키우기만 할까. 집단 문화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한국의 현실이다.

 

그나마 건폐율이 낮아지면서 대형 아파트 단지의 지상부는 공원처럼 꾸며지고 있기는 하다. (문제는 그래서 택배 배송 문제로 시끄러운 문제들이 나오기도 하는 점이지만) 그렇지만, 높아진 아파트는 하늘을 빼앗았다. 고층에 사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되어 버린 햇볕이다. 사람은 태양을 바라보고 살아야 하는데, 낮은 층의 사람들은 태양을 바라보는 시간이 그만큼 적어져 버렸다. 

 

김진애 박사님의 도시이야기 3권 시리즈를 모두 읽었다고 도시에 대한 전문적 식견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도시는 어떻고 저 도시는 어떻고 이런 비교를 해 보는 눈은 조금이라도 생기지 않았을까 기대를 해 본다. 

 

우리 도시 예찬 / 김진애 지음 / 다산초당 (초판 2003, 개정판 2019)

김진애의 도시이야기 (12가지 도시적 콘셉트) - 김진애 / 다산초당(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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