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과 인생 그리고 봄여름가을겨울 / 고미숙 / 작은길출판사 (2017)
고전과 인생 그리고 봄여름가을겨울
고전평론가 고미숙의 읽고 쓰고 배우는 법
배움과 탐구와 쓰기는 하나다.
한창 글쓰기에 관련된 책을 읽을 때 봤던 책인데 그 동안 미루고 미루다, 이틀 연속으로 비가 내리는 둘째날 저녁에 되서야 책 소감을 작성하고 있다. 이 책은 고전 전문가 고미숙님이 자신이 읽었던 고전들을 사계절로 분류하여 각 계절별 주제를 정해 풀어나가는 스타일의 책이다. 읽은지 두 달 지나서 쓰는 책 소감이니 아래 발췌한 내용들을 왜 발췌했는지를 유추하며 써가야 하는데, 오늘따라 날씨가 도와주는구나. 놀러갈 생각은 못하게 비가 주룩주룩 내리니..
우선 목차부터 살펴본다. 사계절을 테마로 내용을 분류하고, 마지막으로 이어지는 것은 결국 글쓰기다. 이 글쓰기만을 놓고 따로 책을 하나 쓴 것이, 이전에 읽었던 바로 아래 책이다.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2019)
목차
1장 봄 : 배움과 우정
허글베리 핀의 모험 (마크 트웨인) / 한국 판소리 전집 (신재효) / 임꺽정 (홍명희) / 홍루몽 (조설근, 고악)
2장 여름 : 열정과 자유
걸리버 여행기 (조너선 스위프트) / 장자 &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 일리아스 (호메로스) / 주자어류선집 (주희) & 전습록 (왕양명)
3장 가을 : 수렴과 성찰
오뒷세이아 (호메로스) / 구운몽 (김만중) / 서유기 (오승은) /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 (이반 일리치)
4장 겨울 : 지혜와 유머
고사신편 (루쉰) / 노년에 관하여 우정에 관하여 (키케로) / 크리슈나무르티의 마지막 일기 / 동의보감 (허준)
5장 :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하에 대하여
내용 발췌 및 이런 저런 생각
티스토리에 카카오의 이모티콘을 쓸 수 있으니 딱딱한 책 리뷰도 재미있게 구성할 수도 있을 것 같게 되어 좋은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이건 블로그에 올려야겠다 싶은 책은 반납하기 전 미리 블로그에 발췌할 부분을 타이핑 쳐 놓고 반납 후 후기를 쓴다. 그러니 이렇게 두 달이 지나 뒤늦게 소감글을 올릴 수 있지만, 책 내용이 기억이 잘 안난다는 단점은 존재한다.
p 52.
... 그래서 장편을 읽어야 한다. 책을 읽는다는 건 내용과 서사, 정보와 교훈을 얻는 것만을 뜯하지 않는다. 진짜 핵심은 책의 '리듬과 강밀도'를 체득하는 일이다. 스마트폰이 퍼뜨리는 '빠름의 교리'를 거스를 수 있는, 청춘의 열정에 긴 호흡을 불어넣을 수 있는 대안으로 장편고전을 읽는 것만 한 게 없다! - 임꺽정에 대한 마무리 글 중
오, 때마침 장편고전 소설을 읽고 있는데 미래를 예견한 듯한 문구를 이미 발췌를 했었구나. 이전에 책소개를 하면서 장편 고전인 '위대한 유산'을 읽어야 한다고 했는데, 마침 그것을 읽고 있는 중이다. 긴 호흡을 불어넣는 것이 참 중요한 시기이기는 하다. 스마트폰을 통해 빠르게 읽어 나가며 머리 속 지식을 넓혀 나가는 것도 좋지만, 휘발되는 속도도 그만큼 빠르다.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그런데 장편의 경우 그렇게 되면 진도가 나갈 수가 없다. 머리가 더 긴장하며 읽고 있는 것을 기억속으로 밀어 넣어주고 그렇게 해야만 그 글을 쓴 작가가 만들어 둔 세상으로 갈 수 있는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장편을 읽으라는 것이다.
p. 193
... 고귀해지고 싶다면, 가장 먼저 고귀한 말을 하면 된다. 우울증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가장 먼저 유쾌, 통쾌한 말을 하면 된다. 얼마나 쉬운가, 또 얼마나 간단한가!
낭송은 학습 효과를 넘어 신체적 단련에도 아주 효과적이다. ... 말을 하기 위해선 심장, 폐, 신장이 모두 통해야 한다! 말이 생명의 핵심적 활동이라는 뜻. 특히 중요한 것이 신장의 물이다. 물이 폐까지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질 못 한다. 말을 많이 하면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이는 것이나 말을 잘하는 사람을 '청산유수'라고 하는 것도 이런 이치다. 물이 부족하면 소리가 잘 터져 나오질 못하고 그러면 외부와의 소통에도 장애가 발생한다.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기도 어렵고 동시에 타인의 말을 정확히 듣고 이해하는 것도 힘들어진다. ... 배움의 현장에서 낭송이 적극적으로 활용되어야 하는 이유로 이보다 더 확실한 근거가 있을까?
(이건 어떤 생각 때문에 발췌를 해 뒀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난다..)
아마도 '청산유수'라는 것에 대한 설명을 이렇게 풀어나가는 것을 처음봐서 표시를 해 두었던 것 같다. 그리고 배움의 과정에서 소리 내어 읽어 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 부분에 공감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
고귀해지고 싶으면 고귀한 말을, 우울증에서 벗어나고 싶으면 유쾌하고 통쾌한 말을 하라. 말하는대로 이루어진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힘들고 지치고 어렵더라도 내 입을 통해 나가는 말은 그것을 표현하지 않는 말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말하기로 '청산유수'가 되는 것은 이미 글렀지만, 키보드 앞에서는 '수정, 퇴고'라는 것이 가능하니 그거라도 잘해보도록 부단히 노력해 보자. 그러다보면 혹시 아나? 청산유수 흉내라도 내는 말하기 능력도 따라 올지.
p. 198
읽기가 그랬듯이, 쓰기도 역시 질문이 동력이다. 묻는 만큼 쓸 수 있다! 지당한 말이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초짜들이 맞닥뜨리는 장벽이 바로 여기다. 질문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질문이 없는데요? 질문이 없으면 글을 쓸 수 없나요? 그래서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세상에 질문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문제는 그 질문을 생성시키는 '마음의 회로'를 열지 못한 것일 뿐. 회로를 열려면 일단 써야 한다. 그러니까 '질문이 있어야 글쓰기가 가능하다!'가 원칙이긴 하지만, 거꾸로 '쓰다 보면 질문이 탄생'하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질문이 없다고? 그러면 일단 쓴다! 어떻게? 책에서 시작하면 된다. 어떤 책이건 상관없다. 그동안은 읽는 것만이 목적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쓰기 위해서 읽는다고 생각하라.
확실히 글쓰기에 꽂혀 있을 때가 분명하다. 앞에 고전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을 많이 발췌를 했다. 블로그에 쓰기 위해 어떤 주제를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어떤 것이라도 하나 걸려들겠지 하는 마음으로 생활하면서 마주치는 많은 것들을 열심히 사진을 찍지만, 막상 글로 쓰려고 하면 주저함이 생겼다. (이것이 바로 두 달 전의 모습)
고미숙 작가의 말은 아주 통쾌하고 시원하다. '쓰기 위해서 읽는다'라는 표현에 꽂혀서 그 이후 4월 초까지는 정말 열심히 읽었다. 읽은 이유는 쓰기 위해서였다. 그러는 동안 블로그는 조금 더 잡블로그화 되었고, 쓸 주제의 풀은 조금 더 넓어졌다. 알게모르게 쓸거리가 늘었다. 쓰기 위해 읽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드니 책을 조금 덜 잡게 되었다. 책 후기를 뒤늦게 쓰는 것도 매우 효과가 있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는 중이다. 다시 '쓰기 위해서' 책을 읽도록 노력해 보기로 다시 마음을 잡아 본다.
p. 210
대학원 시절 수많은 천재들을 만났다. 박람강기는 기본이고 상상력의 수준도 엄청 났다. 저 '천재들의 숲'에 대체 어떻게 살아남는단 말인가? 하면서 자괴감이 시달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근데, 놀랍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천재들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학문을 포기하고 다른 영역으로 '튀어' 버린 것. 그들에게 있어 최고의 장벽은 글쓰기였다. 특히 글쓰기의 그 무미건조한 시간들을 견디지 못했다. 두뇌와 재능이 뛰어났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으리라. ... 요컨데, 글쓰기에는 천재성이 필요하지 않다. 평범할수록 좋다. 아니, 평범한 신체만이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평범해야 그 과정을 건너겠다는 꼼수나 오만을 부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글쓰기와 일상이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게 된다. 그게 바로 자기만의 '봄여름가을겨울'이다.
글쓰기는 인문계열 전공에서만 필요한게 아니다. 어떤 전공을 하던 대학교에 들어가면 대부분의 강의에서 나오는 과제는 주로 '글쓰기'이다. 기계공학을 하던, 수학을 하던, 물리를 하던, 산업공학을 하던지 간에 내가 아는 지식을 글로 옮겨 표현하는 것은 대학교육의 기초이다. 지금의 중고등학교 교과 과정에 글쓰기가 얼마나 강조되는지 모르지만, 우리나라는 조금 더 글쓰기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3월에 방송했던 <EBS 당신의 문해력>에서 지금의 중고등학교 아이들 문해력을 문제 삼았다. 문해력을 늘리기 위한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책에서 본건지 EBS 프로그램 어디선가에서 본건지 기억이 확실치 않으나, 여러 그룹으로 나누어 학습을 시키면서 한 그룹에는 '시험을 본다'고 이야기를 해 주었고, 다른 그룹에는 '친구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기'로 이야기를 해 준 연구가 있다. 같은 것을 공부한 후 이어진 시험에서 '가르치기 위해' 공부한 그룹의 아이들 성적이 더 좋았다는 내용이다. 나는 이게 글쓰기의 중요성이라고 본다. 글로 표현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머리 속에서 정리가 되어 그 내용이 나와야 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남에게 알려줄 수 있을만큼 알아야 하는 것이다. 친구들을 가르쳐 줄 수 있게 하기 위해 공부한 아이들은 아마도 그 내용을 글로 써서 알려주라는 지시에도 잘 썼을 것이다. 가르치기 위해 머리 속에서 그것이 구조화 되었을테니까.
글쓰기만 강조한다고 없던 실력이 생기지는 않을 것 같다. 어느 정도의 인풋은 필요하다. 그 입력이 바로 책읽기다. 결국 고미숙 작가의 글쓰기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이 간다. 그 동안 읽었던 많은 책들이 결국 읽기 = 쓰기라고 결론을 내렸는데, 결국 나도 거기에 완전 공감을 하며 같은 이야기를 쓰게 되어 버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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