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아들의 미국 서부 여행기 #16 - 모뉴먼트 밸리 (Monument Valley)
본 여행기는 2019년 7월 28일의 여행 후기입니다.
시리즈물로 올리고 있으며, 이전 글은 본문 아래 [더보기]를 참조하세요.
이날의 이동 경로: 카이옌타 Hampton Inn ➡️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 ➡️ 그랜드 캐년 Desert View (Grand Canyon Desert View) ➡️ 그랜드 캐년 빌리지 (Grand Canyon Village)
누구나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어떤 곳은 꼭 가 보겠다고 하는 장소가 있다. 나의 여행 버킷 리스트 중 하나는 그랜드 캐년 (Grand Canyon)이었다. 그곳의 사진과 영상을 볼 때마다 느껴지는 자연의 거대함. 위대함. 그곳에 직접 가서 보는 것은 어떤 곳일지 궁금했다. 그리고 드디어 이 날, 그랜드 캐년을 향해 향하는 날이다.
하지만, 이날은 함께 동행했던 Joshua가 가 보고 싶다고 했던 장소도 간 날이다. 바로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이다. 사진을 보면 누구나 한 번 쯤은 봤을 법한 그런 곳이다. 척박한 황무지에 듬성 듬성 솟아 올라 있는 큰 바위들. 그런데 그 곳을 가고 싶어했던 아이의 이유는 굉장히 엉뚱한 곳에서 출발한다. 한 때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스마트폰 게임 중 동일한 이름의 게임이 있었던 것이다. 황당하지만, 여행은 이렇게 황당한 이유로도 갈 수 있는 것이다. 여행 가야 하는 이유를 따로 찾을 필요가 있을까?
전날 저녁에 석양을 찍었던 쪽의 방이었기 때문에, 일출을 대신하여 서쪽 하늘의 변화를 보며 일어났다. 해가 완전히 뜨기 전의 고요한 마을 느낌이 해가 뜨면서 바로 색이 변하니 갑자기 생동감이 드는 느낌이다. 오늘은 오전에 모뉴먼트 밸리로 가서 차를 타고 안쪽을 도는 투어를 하고 오후에는 드디어 그랜드 캐년으로 넘어가는 일정이다. 모뉴먼트 밸리에서 차로 투어하려고 SUV를 빌렸던 것이기도 했다.
이곳에서도 전형적 미국 Inn의 아침이 나왔다. 이날은 다른 날처럼 서두르지는 않았던 것 같다. 느긋하게 나와서 아침을 먹으러 왔더니 많은 관광객들이 이미 식사를 하고 있었다. 커피도 디카페인과 라이트 로스트, 다크 로스트가 각각 준비되어 있는 깔끔한 곳이었다. 밥을 먹고나서는 바로 옆에 있던 기념품 가게에도 잠시 들러 보았다.
이번에도 또 하루만 숙박. 다시 또 짐을 열심히 챙겨서 차에 싣고, 아이스 머신에서 얼음을 듬뿍 받아서 차에 있는 아이스박스에 채워 넣었다. 미국 자동차 여행에서 아이스박스는 중요한 팁이다. 여름에 여행을 간다면 아이스박스를 하나 사서 차에 실어놓고 다니면 시원한 음료를 마실 수 있다.
그리고 드디어 모뉴먼트 밸리로 출발!
카이옌타에서 출발해서 20분보다 조금 더 가면 (제한 속도 지키면 26분이라고 구글 맵에 나오나.. 한적한 시골길에선 제한속도보다 살짝 높여 달렸다. 다행히 숨어 있는 경찰은 없었고.. 내가 경찰이어도 몇 대가 지나간다고 거기를..) 모뉴먼트 밸리 안내 표지판이 나오는데, 남쪽에서 접근할 때는 일단 거기를 지나쳐서 조금 더 북쪽으로 가서 사진을 찍고 오는게 좋다.
옆쪽에 우리와 같은 목적의 차량들이 서버리는 바람에 완벽한 사진 촬영 실패!! 원래 목적은 아무도 없는 도로에서 저 뒤의 메사들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것인데.. 캠핑카까지 동원한 그룹 때문에 실패다..
누가 먼저 가나 서로의 눈치를 보는데, 아무래도 상대가 쪽수가 많아서 우리가 졌다. 우리는 그냥 다시 차를 돌려서 모뉴먼트 밸리로 향했다. 여기서 조금 더 북동쪽으로 올라가면 전날 봤던 호스슈벤드와는 다른 느낌을 주는 Mexican Hat이라는 곳도 있었는데, 이곳 역시 다음 기회를 노려보기로 하고 우리는 모뉴먼트로 향했다.
바로 이 사진. 이 사진은 미국 여행 관련 검색을 하다보면 수도 없이 많이 볼 수 있는 바로 그 장소다. 모뉴먼트 밸리는 나바호 자치 지구 안에 있는 곳이어서 입장할 때 별도의 입장료를 받는다. 미국 공원 Annual Pass는 안 통하는 장소. 그렇게 지불 후 안쪽으로 들어오면 기념품 샵과 The View Hotel이 있는데. 모뉴먼트 밸리를 목적지로 한다면, 이곳 The View Hotel에서 꼭 머물러야 한다고 한다. (아래 파란 타원) 우린 당연히 예약 실패했으니 카이옌타에서 묵은 것이다. 더 뷰 호텔 옆 광장에서 빨간색 방향으로 사진을 찍으면 된다.
이곳과 그 게임의 연관성은 나도 모르겠다. Joshua도 사실 몰랐던 것 같다. 그렇지만 자연은 참 신기하다. 황무지가 끝없이 펼쳐진 곳에 어떻게 이 곳에만 이렇게 메사나 뷰트들이 멋지게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일까.
Joshua가 바라보고 있는 곳으로 보면 길이 하나 나 있고, 차들이 가는 것이 보인다. 이제 우리도 그곳을 향해 움직였다.
밸리로 들어가는 입구 초반은 많이 울퉁불퉁했다. SUV 차량은 차고가 높아서 별 무리 없이 들어가는데, 지상고가 낮은 승용차들은 약간씩 긁힐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아주 힘든 것은 아니어서 승용차로도 많은 관광객들이 몰고 들어왔다. 입구의 경사로 부분만 통과하면 밸리 안쪽 도로는 그냥 비포장 도로일 뿐이다.
안내 지도를 하나 가지고 몇군데 있는 포인트들을 찍어가면서 자유롭게 돌아볼 수 있는 곳이다. 위 장소는 John Ford Point라는 곳인데, 근처에 조랑말이 하나 있고, 근처에서 구경하고 있다보니 어디선가 카우보이 복장의 남자가 나타났다. 저 사진의 포인트에서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당연히 유료다.
과연 이곳의 모뉴먼트 밸리 게임의 연관성은 무엇이었을까를 끊임없이 생각해 보며 돌아다녔지만, 끝끝내 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Joshua도 아마 답을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신비하게 솟아 있는 붉은 암석들은 왜 저들만 있을까 싶었다. 그렇게 둘 다 해결하지 못한 의문만 가지고.. 이제 나의 버킷 리스트 하나를 달성하기 위해 이동이다. 여러 캐년들을 다녔지만, 그랜드 캐년이 왜 그랜드라는 명칭을 가져갔는지, 가보면 알 수 있을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그랜드캐년으로 가기 전, 미국의 버거킹을 먹어 보기 위해 들렀다. Joshua는 마요네즈를 안 먹으니 마요를 뺀 주니어. 나는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한국에선 못 본 메뉴를 도전했다. 어니언 링이 들어있던 와퍼인데, 결국 다 못 먹고 남겼다.
비포장을 한참 달리고 나서인지, 앞유리가 엉망이 되었다. 오늘도 전날 달려왔던 길을 거꾸로 되돌아간다. 여전히 쭉쭉 뻗은 도로. 달리고 달리고 달리다 보면 그랜드 캐년의 East Entrance로 향하는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 로터리 형식으로 되어 있던 이곳에서 일단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옆에 보이던 휴게 장소를 들렀다.
먼길을 달려왔으니, 잠시 물도 마시고 음료도 사려고 작은 마켓에 들어갔다. 들어가니 마을 사람들이 쓰는 보드 같은게 보인다. 이것저것 적혀 있는데 우리가 갔던 그날 저녁에도 뭔가 한다고 파란색 종이에 적혀 있다. 여행을 다니느라 요일 감각을 잊은지 오래여서 그 날이 일요일인 줄도 몰랐던 것 같다.
캐년 들어가는 길 옆으로 Scenic Point 표시가 있어서 들어가 본 리틀 콜로라도 강의 협곡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제 겨우 그랜드 캐년으로 흘러가는 콜로라도 강의 초입일 뿐인데,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입체감이 있는 협곡이 보인다. 물은 거의 볼 수 없었지만, 여기를 흐르고 흘러 그랜드 캐년으로 흘러간다.
구글 어스로 보면, 그저 초라한 크기로 밖에 안 보이던 오른쪽 아래의 빨간 원 부분. 대체 그랜드 캐년은 얼마나 대단한 규모란 말인가.
마지막으로 남은 길을 고도를 높여가며 따라 올라가면, 드디어 그랜드 캐년의 East Entrance를 만난다. 우리는 여유롭게 Annual Pass를 준비한다. 이미 이 패스를 구입한 값어치는 충분히 했다. 사진 처럼 통과하기 위하여 대기를 하다가, 드디어 나의 버킷 리스트인 그랜드 캐년 안으로 차를 몰고 들어갔다.
To be continued
[이전 글 보기]
#6 - 본격 로드 트립, 1번 국도 해안도로, Mystery Spot, Elephant Seal Vista Point, Lemoore
#7 - 마리포사 그로브(Mariposa Grove), 글래시어 포인트(Glacier Point) in 요세미티
#8 - 요세미티 밸리 (Yosemite Valley)
#9 - 요세미티 공원 Tioga Road, 데스밸리 국립공원 그리고 잠 못 드는 밤
#10 - 데스밸리 국립공원 (Death Valley National Park)
#11 - 라스베가스(Las Vegas)를 들러 자이언 캐년(Zion Canyon)으로 이동
#12 - 자이언 캐년 (Zion Canyon)과 내로우 트레일(The Narrows Trail), 캐년 오버룩 트레일 (Canyon Overlook Trail)
#13 - 브라이스 캐년 시티 (Bryce Canyon City)와 락샵 (Rock Shop)
#14 - 브라이스 캐년(Bryce Canyon), 나바호-퀸스가든 트레일 (Navajo Loop & Queen's Garden Trail)
'여행 Story > 2019 미국 서부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스베가스(Las Vegas), 또 찾아간 캔디샵 - 아빠와 아들의 미국 서부 여행기 #19 (81) | 2021.02.12 |
---|---|
압도적 입체감, 그랜드 캐년(Grand Canyon) - 아빠와 아들의 미국 서부 여행기 #18 (89) | 2021.02.09 |
아빠와 아들의 미국 서부 여행기 #17 - 그랜드 캐년 (Grand Canyon) (94) | 2021.02.06 |
아빠와 아들의 미국 서부 여행기 #15 - 오더빌 락샵, 호스슈벤드, 카이옌타 (64) | 2021.02.02 |
아빠와 아들의 미국 서부 여행기 #14 - 브라이스 캐년(Bryce Canyon), 나바호-퀸스가든 트레일 (Navajo Loop & Queen's Garden Trail) (58) | 2021.01.30 |
아빠와 아들의 미국 서부 여행기 #13 - 브라이스 캐년 시티 (Bryce Canyon City)와 락샵 (Rock Shop) (26) | 2021.01.28 |
아빠와 아들의 미국 서부 여행기 #12 - 자이언 캐년 (Zion Canyon)과 내로우 트레일(The Narrows Trail), 캐년 오버룩 트레일 (Canyon Overlook Trail) (30) | 2021.01.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