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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 선언 - 문유석 / 문학동네 (2015)

gracenmose 2021. 2. 15.

부제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의 작가인 진짜 판사 문유석의 개인 의견을 담은 에세이 책이다. 드라마를 보지는 않았지만 그가 쓴 이전의 책 '판사유감'을 인상 깊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이 책에 대한 알라딘의 소개는 아래와 같다.

 

개인주의자 선언 - 문유석

 

합리적 개인주의자들의 사회를 꿈꾸는 현직 부장판사 문유석이 말하는 대한민국 사회의 불편한 진실. 전작 <판사유감>을 통해 현직 판사로서 법과 사람 그리고 정의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저자가 이번에는 대한민국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한다. 소년시절부터 현재까지 저자가 보고 겪었던 사회 문제에 대한 생각들이 담겨 있다.

판사 자신이 자라오면서 봤던 세상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판사를 하면서 경험을 했던 많은 사건들을 접하면서 그가 보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개인주의라는 것은 자칫 이기주의로 오해 받을 수 있는 것을 내포하고는 있지만 그와는 다른 이야기다. 이전에 포스팅했던 유현준 교수의 책에서 말하는 서양의 개인 위주의 문화와 동양의 집단 문화에서 볼 수 있는 개인주의에 대한 이야기.


한국사회는 이런 사회다. 실제 하는 일, 봉급도 중요하지만 ‘남들 보기에 번듯한지’ ‘어떤 급인지’가 실체적인 중요성을 가진 사회다. 나이 오십대 중년들의 사회에서 기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모임에 나타나는 것은 메시지가 다른 것이다. 고위직 판사들이 기사 딸린 차로 나타나다가 어느 날부터 낡은 자가용을 자가운전하여 나타나기 시작하면 청렴한 집단이라고 좋은 평가를 받는 플러스 요인보다 사회적 위상이 예전보다 못한 집단으로 평가받는 마이너스 요인이 더 클 수도 있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이다. 외관이 실질을 좌우하는 사회다.  p. 30~31

우리나라는 유독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나라이다. 코로나에 대해 전세계에서 가장 대처를 잘한 나라이지만, 개인적으로 이것은 정부가 관리를 잘한 것보다는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우리나라 국민의 특성에서 나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모두 다 불편해도 마스크를 끼고 거리에 나오는데 혼자서 마스크를 끼지 않고 나가면 주변의 모든 사람이 너는 왜 마스크를 끼지 않고 있느냐, 너무 이기적인 것 아니냐는 시선으로 쳐다본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절대로 남의 눈치 안 보고 나 편한대로 다닐거라고 다니기 매우 힘든 사회적 분위기. 그런 사회이다 보니 정부가 내리는 지침을 따라야 눈치 안 보고 지낼 수 있는 것이다. 

책의 내용에서 가끔 언급되는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들을 보고 있노라면, 사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개인주의를 내 삶에도 따라 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는 않는다. 그는 굉장히 머리가 좋았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책을 많이 읽었는데 보통 많이 읽은 것도 아니고, 속독 실력도 대단했던 사람이다. 전국 수석까지 했을 정도로 공부도 잘 했던 사람이다 보니 그는 자신이 원하는대로 행동을 하고, 남과 조직의 눈치를 보며 지내야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그러한 사람이 그렇게 행동을 해도 눈치를 주지 않는 사회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책 후기를 쓰기 위해 찾아보니 약 1년 전 쯤 판사복을 벗었다. 변호사를 할 생각은 없고 책 쓰고 여행을 다니겠다고 했다고 한다. 역시 이 책을 쓴 작가다웠다. 판사를 그만 둔 후 남들처럼 변호사로 가는 코스를 택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했던 글쓰기와 여행을 한다는 것을 보니 역시 그는 난 사람이다. 


이런 인간형은 사실 어느 조직에서나 사랑받기 힘들다. 사랑 받지 못하는 건 별 상관 없지만 (대체로 사랑받으면 기대에도 보답해야 하므로 귀찮은 일도 생긴다). 그렇다고 내 자유를 지키기 위해 매사에 일일이 투쟁할 열의까지는 없기에 평화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양보와 타협을 해야 한다. 단합을 도모한다는 직장 체육 대회나 등산이 내 개인 시간인 주말에 개최되는 것이 치가 떨리게 싫지만 빠지려면 없는 친척을 돌아가시게 만드는 최소한의 성의라도 표시해야 한다. 술 한두 잔도 겨우 먹는 체지이지만 회식 때 돌아가는 잔을 거절하여 흥이 오른 타인들의 주목을 받는 것은 더 싫기에 일단 받아먹고, 음료수 잔에 뱉는 눈치라도 있어야 한다. 주당들의 흥이 오르면 장단을 맞춰 취한 척하는 메소드 연기가 필요하다.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한국사회에서 투사가 되기 싫으면 연기자라도 되어야 하는거다. 나는 어릴 때부터 좋게 말하면 냉소주의였고, 정확하게 말하면 비겁했다. 불의를 질끈 잘 참는다. 타인들이 원하는 연기를 잠시 해주면 내 자유가 더 확보된다는 걸 일찍 영악하게 깨우친 거다. p. 8

이런 부분에서는 상당히 동질감이 느껴졌다. 지금은 회식 문화가 많이 바뀌었긴 하지만, 아마도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위와 같은 상황에서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메소드 연기를 하며 피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이런 상황이 싫다고 의사 표시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예 처음부터 회식 자체를 안가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사회 초년생에는 이렇게 강제로 회식에 끌려가고 2차는 무조건 가야 한다고 했던 것. 왜 단합대회를 내가 쉬는 토요일에 했는지. 지금은 연차가 오래 되어 이런 상황에 놓여도 그냥 여유있게 대처할 수 있어서 다행이긴하다. 사회가 많이 바뀌었다고는 해도 가끔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은 글들을 보면 여전히 저 문화가 팽배한 회사들도 있는 모양이다.

집단주의가 강한 우리 사회가 쉽게 바뀌기는 힘들겠지만, 합리적이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나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내 주변, 사회를 생각하여 배려하는 개인주의가 조금 더 널리 퍼지면 우리 사회도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바뀌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본다. 

작가가 쓴 새로운 드라마 '악마판사'라는 것이 만들어질 예정인 것 같다. 판사로 직접 법정에서 20년을 근무했던 판사가 쓰는 드라마는 어떻게 법정을 묘사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공간이 만든 공간 -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알쓸신잡 시즌2 에 출연하였던 건축가 유현준. 나는 이 분이 방송에 나와서 한 이야기, 그리고 책에서 쓰는 이야기를 너무 좋아한다. 인문학 중에서도 어렵다면 어려울 수 있는 건축과 관련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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