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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일 자전거 여행 - 김미영 쓰고 그리고 찍다 / 생각을 담는 집 (2015)

gracenmose 2021. 2. 18.

어려서부터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초등학교 시절에는 강원도 원주 시내를 자전거 타고 안 다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이 돌아다녔던 기억이 있다. 어른이 된 지금도 인도가 넓지 않아 도로의 가장자리로 자전거를 타는 것이 무서운데 그때는 정말 겁도 없이 도로가를 따라 열심히 달렸다. 대학생이 되어서 다시 자전거를 타고 캠퍼스를 누비던 것도 참으로 즐거웠던 추억이다. 신혼초 엘리베이터도 없던 빌라 4층까지 둘이 낑낑 거리며 자전거를 들고 올라가던 기억, 너무 힘들어서 1층에 그냥 묶어 두었다가 결국은 분실해 버린 자전거. 그리고 잠시 멈춰버린 자전거 생활.

아이가 어느 정도 커서 육아 부담이 덜해진다 느껴지던 무렵, 일명 철티비를 구입했다. 몇 년간 멈추었던 페달을 밟고 타는 자전거는 세월이 지나서였는지 어찌나 경쾌하게 잘 나갔던지. 너무 잘 나간다고 용인에서 오산까지 갔다 오기도 했다. 그리고 넘치는 의욕에 그 철티비를 타고 용인에서 한강이 보이는 잠실 탄천합수부까지 가버렸다. 덕분에 갈 때 걸렸던 시간에 비해 돌아오는데 거의 3배 가까운 시간이 걸렸던 나의 자전거와 관련된 추억. 

한강으로 나가던 날 나를 멋지게 추월해가던 핸들이 아래로 굽어 있고 바퀴는 얇았던 자전거. 옛날에는 싸이클이라 부르고 요즘은 로드바이크라고 부르는 그 자전거. 엉덩이는 아파서 안장에 앉지 못하고 다리에는 힘이 없어 페달도 겨우 밟으며 돌아왔던 그날. 나도 바로 로드 자전거를 중고로 하나 사버렸다. 그리고 그 자전거는 아직도 집에 있다.

자전거 여행에 대한 소망이 항상 있는 모양이다. 날이 좀 풀리고 나면 자전거도 타고 그 내용을 포스팅도 해 볼 생각이다. 우리 가족은 모두 자전거를 좋아한다. 지금 사는 곳에서 자전거 길로만 100키로 정도 떨어진 춘천까지 온 가족이 함께 가기도 했다. 하루 만에 가는 것은 아니지만, 소박하게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소망이 있다 보니 자전거로 여행했다는 책을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집어 들게 된다. 제목을 보자마자 대출한 '332일 자전거 여행'. 나도 여행기를 꾸준히 쓰고 있다보니 이런 책에 더 자연스레 눈길이 가는 모양이다.

프랑스로 공부를 하러 갔다가 프랑스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된 신혼부부가 자전거로 프랑스에서부터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이란, 동남아시아, 중국을 거쳐 한국에 와서 밀양까지 332일의 신혼여행을 한 내용의 책이다. 다행히 큰 사고도 없이 잘 다녀오고 각 나라를 지나며 카우치서핑을 해 가며 만난 사람들과의 일화, 그리고 곳곳의 여행기. 미술을 전공한 작가이기 때문에 사물을 보는 눈이 남다르다.

 

332일 자전거 여행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여행자들은 아무래도 일반 관광객과는 다르게 한적한 마을들도 지나게 되어서 그런지, 만나는 현지인들이 다들 따듯하다. 그리고 이들처럼 자전거로 세계 여행을 하고 있는 다른 여행자들과의 에피소드들도 참 정감 있는 것 같다.

중국에서 갔을 때, 부부는 외국인 신분이기에 신변보호를 위해 5성급 호텔로만 갈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돈도 많이 들것이고, 이들이 중국에 처음 입국했을 때 일들이 잘 풀리지 않아 화가 많이 난 상태여서 프랑스인 남편이 호텔 입구에 드러누워 버린 에피소드가 있다. 그때 나타난 영어를 잘하던 중국인. 그녀는 자초지종을 듣고는 자신의 집으로 부부를 데리고 간다. 그리고 말한다. "두 분은 그런데 어떻게 처음 보는 나를 믿고 따라와요?" 중국인이 말하니, 부부가 대답한다. "글쎄, 여행을 좀 하다 보니 그냥 느낌으로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처음 보는 우리를 매기도 초대했잖아요. 똑같죠 뭐." (매기는 그 중국인의 이름) - 어디에 있느냐보다는 누구와 있느냐의 중요성이라는 소제목에 등장하는 에피소드이다. 여행을 하며 저런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만큼 부부도 좋은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란에서 구소련 지역으로 지나가려던 계획이 비자 문제로 급히 동남아로 바뀌었기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부부가 서로 의지하고 마음을 합하여 가는 모습이 대단했다. 그리고 다른 나라보다 자전거 타는 여행자에 대한 배려가 가장 부족해 보이는 곳은 우리나라다. 이런 부분은 좀 바뀌어 생각해 볼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책 페이지만 올려놓고 내 이야기만 쓴 것 같다. 그래도 왠지 내가 그들과 함께 많은 나라를 지나며 언덕을 오르고 내리고, 캠핑을 했던 것만 같아 기분 좋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날이 풀려 가벼운 옷차림으로 자전거로 동네 한 바퀴 돌 수있는 봄이 오고 있으니 조금만 더 이 겨울을 버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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