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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멈추는 드로잉 , 리모 김현길 글과 그림 / 재승출판 (2015)

gracenmose 2021. 2. 21.

시간을 멈추는 드로잉 / 종이 위에 유럽을 담다

3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드로잉북을 가지고 유럽으로 훌쩍 떠난 작가의 여행기. 얼마전 티친님 중 한 분이 쓰신 북리뷰를 보고 관심도서목록에 넣어두었던 책이다. 티친님 포스팅에는 "저렇게 드로잉도 잘하고, 자신이 글도 잘 쓰는 것을 알기에 3년 만에 저렇게 박차고 나갈 수 있는 용기가 있는 것이죠"라고 했다. 읽어보니 참 부러운 능력이었다. 블로그를 재개한 이유가 미국 여행에 대한 기억이 더 사라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었는데, 이런 책을 보고 내 글을 다시 보면 왠지 부끄러운 느낌이 든다.

 

시간을 멈추는 드로잉 / 리모 김현길

 

이스탄불을 경유해 파리로 가는 항공권을 발권하면서 시작된 그의 여행.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오스트리아를 거쳐 동유럽을 지나 경유하며 잠깐 지나쳤던 터키를 마지막으로 해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사진이 아닌 그의 드로잉으로 담아낸 작품들을 보면 사진보다 더 유럽의 모습을 궁금하게 해 주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보고 듣고 체험한 것을 글로 표현해 내는 문장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하게 해 준다.

 

몬세라트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이 여정이 끝난다고 해도, 다시 돌아간 일상에서 여행의 결과는 조금씩 나타나리라"
본문 124p. 

스페인 여행에서 방문했던 몬세라트의 투어 가이드가 해 준 말이라는데, 참 공감이 가는 멘트였다. 몬세라트는 바르셀로나 근교에 있는 바위산으로 스페인 카톨릭 성지인 몬세라트 수도원이 있는 곳이다. 스페인하면 무조건 함께 따라오는 건축가 가우디가 영감을 얻은 곳으로 유명하다고 해서 하루를 투자했다는 곳. 저 말은 나에게 딱 맞는 말이었다. 그 결과가 지금의 블로그까지 이끌어 왔으니.

여행 중에는 
유난히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여기서 천천히 흘러간다는 것은
하루가 지루하게 지나간다는 게 아니라
하루의 기억이 굉장히 촘촘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문 132p.

이런 문장 생각해내는 능력이 참 부럽다. 그리고 동의한다. 미국 여행의 기억이 촘촘했었기 때문에 1년 반이 넘게 지났지만 아직 여행기를 써내려갈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몇 개는 잊었어도 아직 많은 기억이 남아 있다. 더 사라지기 전에 얼른 더 이어 나가야겠다.

"타고난 재능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에요. 무언가를 정말로 좋아한다면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할 테고, 꾸준한 노력이 쌓이면 그것이 누적된 나의 재능이 되겠죠."
"그래도 늘지 않으면요?"
"좋은 취미 하나가 늘어나는 거죠."
"흠."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건 '된다, 안 된다'의 문제가 아니라고 봐요. 단지 자신의 선택을 실행할 용기와 그 선택에 대한 책임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전 용기가 부족한 것 같은데..."
"없는 용기가 쥐어짜낸다고 나오지는 않아요. 오랜 기간 열심히 연습해서 얻은 실력과 경험, 이런 것들이 진짜 용기의 원천이죠."
"열심히 할 각오는 되어 있어요. 전 정말 색소폰이 좋거든요."
"좋은 취미로 먼저 시작해봐요. 멀쩡한 회사 관두지 말고."
본문 426p.

도미토리를 함께 쓰던 한 남자가 재즈에 대한 그의 꿈을 이루기 위한 색소폰을 고민하며 나눈 대화이다. 이 대화에서 작가가 하는 대화를 보니, 그는 준비된 사람이었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 남들보다 열심히 노력을 한 적이 있었던가?

터키 사람들이 한국인에게 호감이 있는 것은 분명하나 과도한 환영의 메세지에 숨어 있는 고약한 트릭에 대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것도 여행의 색다른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작은 트러블로 여행의 큰 그림이 망쳐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본문 447p.

터키에서 지나치게 친절을 베풀던 청년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맥주를 한 잔 사주어 얻어먹은 여행객이 보답의 마음으로 2차를 가게 하면 미리 준비된 주점으로 데려가 요금 폭탄을 씌우는 사기를 치는 놈이었던 에피소드이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출장으로만 가 봤던 프랑스 파리. 처음 갔던 때 루브르 박물관에서 설문조사를 빙자한 삥뜯기를 당했던 적이 있는데, 이와 비슷했던 것 같다. 루브르 뿐 아니라 몽마르뜨에서도 비슷한 놈들이 있었는데, 그 놈에게는 안 당했다. 여행으로 들떠 있더라도 주위를 경계하는 것은 항상 필요하다. 모뉴멘트 밸리 가기 전 날 돈 달라고 했던 부랑자가 다시 생각난다.

[티친 님의 책 소개]

 

(북리뷰/ 여행책)리모 김현길씨의 시간을 멈추는 드로잉

"마음을 나누는 것에 서툰 사람이 있다.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거나 그의 어깨에 기대는 것을 어색해하는 사람이 있다. 마음 한 귀퉁이에 자리 잡은 얄팍한 자존심은 타인에게 내 무게의 일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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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적고 있는 미국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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