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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2015)

gracenmose 2021. 2. 13.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유현준 지음

 

며칠 전 소개를 했었던 '공간을 위한 공간'의 저자 건축가 유현준이 인문학적 시선으로 도시를 바라보는 것에 대해 기술을 한 책이다. 책이 출간된 순으로는 이 책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2015)'가 먼저 나왔고, '어디서 살 것인가 (2018)' 와 '공간이 만든 공간 (2020)'의 순서이다. 유현준 교수에 대해서는 알쓸신잡 시즌2 (2017년 10월~12월) 의 방송에서 그분이 말하는 건축에 대한 철학과 그를 보는 인문학적 시선이 공감이 많이 가게 되어 그 후로 강의 등을 찾아보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어디서 살 것인가'라는 책이 시중에 나온 것을 보고 바로 구매해서 읽어보았던 기억이 있다. 이 분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학교는 어떻게 건축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는 내용은 바로 이 두 번째 책에서 나오는 이야기. 당시에 이 책도 읽고 싶었는데, 알쓸신잡을 통해 워낙 잘 알려지기 시작해서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리려는 예약 대기도 꽉 차 있어서 빌리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공간이 만든 공간 -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알쓸신잡 시즌2 에 출연하였던 건축가 유현준. 나는 이 분이 방송에 나와서 한 이야기, 그리고 책에서 쓰는 이야기를 너무 좋아한다. 인문학 중에서도 어렵다면 어려울 수 있는 건축과 관련된 책

gracenmose.tistory.com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이라는 부제를 붙이고 있는 이 책은 다각도에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거리의 모습, 건축물의 모습들과 동서양의 비교 등에 대해 주관적 시선으로 그의 생각을 전달해 준다.

목차

1장 - 왜 어떤 거리는 걷고 싶은가
2장 - 현대 도시들은 왜 아름답지 않은가
3장 - 펜트하우스가 비싼 이유
4장 -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뉴욕 이야기
5장 - 강남은 어떻게 살아왔는가 - 사람이 만든 도시, 도시가 만든 사람
6장 - 강북의 도로는 왜 구불구불한가 - 포도주 같은 건축
7장 - 교회는 왜 들어가기 어려운가
8장 - 우리는 왜 공원이 부족하다고 말할까
9장 - 열린 공간과 그 적들 - 사무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10장 - 죽은 아파트의 사회
11장 - 왜 사람들은 라스베이거스의 네온사인을 좋아하는가
12장 - 뜨는 거리의 법칙
13장 - 제품 디자인 vs 건축 디자인
14장 - 동과 서 - 서로 다른 생각의 기원
15장 - 건축이 자연을 대하는 방식

첫장부터 걷고 싶은 거리에 대한 그의 생각이 나온다. 왜 강남의 거리는 걷기 싫은지로부터 책은 시작한다. 이 책에서는 테헤란로와 명동의 거리를 비교를 했다. 테헤란로의 경우는 동서 방향으로 길게 배치되어 있는 큰 건물들이 위주여서 차로는 금방 지나가지만 (사실은 교통 정체로 생각보다 금방은 못 지나감) 걷기에는 별로 좋은 거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명동은 다양한 체험 공간 (하지만 이것도 따지고 들어가면 불법 노점상이다)과 차량 통행이 불가능한 거리. 주변에 가득한 상점으로 인해 걷기 좋은 공간으로 볼 수 있다.

굳이 저렇게 다른 동네가 아니더라도 강남역 주변을 자주 지나다니는 나로서는 이 내용에 공감이 되는 공간이 그 주변에서도 벌어지고 있다고 보인다. 아래 카카오맵은 강남역을 중심으로 한 위성사진 캡처이다. 강남역을 가 보면 어디를 가도 사람이 많기는 하지만,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은 빨간색으로 표시한 곳이고, 녹색으로 된 곳에는 상대적으로 유동인구가 적다. 그 이유는 이 책에서 작가가 말한 것과 똑같은 이유이다. 빨간색 공간은 큰 빌딩들이 차지하고 있는 곳이 상대적으로 적고, 바로 뒷골목으로 많은 식당과 상점들이 있어서 걷기에 편한 곳이지만, 녹색 공간에는 큰 빌딩의 비율이 대부분이어서 걷는 사람들이 이용할 상점의 비율이 적기 때문이다. 이런 곳을 자주 가서 직접 보고 경험했으니 이 책의 저자에게 어찌 공감을 안 할 수 있겠는가.

 

강남역 주변의 위성지도 / 출처 : 카카오맵

 

이 외에도 높은 층에 있는 것 만으로도 일종의 공간에 대한 권력이 생기기 때문에 펜트하우스가 비싼 것이라던가, 공원처럼 열린 공간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절과 출입구가 딱 정해져 있어서 들어오고 나가는 문을 지나기 어려운 교회에 대한 비교 같은 것들도 모두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 많이 있다. 이 책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건물, 공원 같은 것에 대해서 풀어주는 책이어서 누구나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한 번 읽어보면 좋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동양과 서양의 서로 다른 생각의 기원은 이 책에서 나온 내용이었다. 책의 내용을 더 소개하는 것은 책에 대한 신비감을 줄일 수 있기에 (못하는 건지도?) 여기까지 하려고 한다. 이 책은 도시에 대한 이야기, 내가 사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은 읽어보시는 것도..


최근 서울시장 선거에 나오겠다고 선언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들고 나온 공략 중 하나가 서울을 21개 다핵도시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 있다.

“서울을 21분 안에 주거와 일, 여가와 휴식, 보육과 의료를 해결할 수 있는 21개 콤팩트 도시로 재편하겠다”

“도시가 시민에게 편안한 생활을 보장하려면 인구 50만을 기준으로 구축돼야 한다. 1000만 명이 사는 서울을 21개 콤팩트 도시로 재구성하면 대략 21분 안에 주거, 일, 복지가 해결되는 자족형·분산형 생활권을 만들 수 있다.”

이것에 대한 출발은 결국 이 책에서 나오는 일부 관점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현실화 될 수 있는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어느 동네에서든 걸어서 20분 이내에 접근하여 이용할 수 있는 공원, 녹지환경이 있는 그러한 도시가 되면 어떨지 생각을 해 본다. 엄청난 규모로 개발을 하겠다는 코엑스 주변의 개발 계획도 지하로만 사람을 몰아넣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볼 수 있는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감안한 개발을 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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