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만든 공간 -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알쓸신잡 시즌2 에 출연하였던 건축가 유현준.
나는 이 분이 방송에 나와서 한 이야기, 그리고 책에서 쓰는 이야기를 너무 좋아한다. 인문학 중에서도 어렵다면 어려울 수 있는 건축과 관련된 책을 쓰지만, 유현준 교수/건축가의 책은 전혀 어렵지 않다. 술술 읽히도록 쓰는 그의 문장을 읽으면 그 속에 담겨져 있는 그의 건축에 대한 생각에 저절로 공감이 가게 된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2015)
어디서 살 것인가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2018)
위 2권의 저서에 이어 3번째로 쓴 "공간을 위한 공간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2020)"을 지난 글에 소개한 광진구 마음의 양식 맛집이자 한강뷰 맛집인 광진정보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어 보았다.
기존의 책들이 우리가 사는 도시, 빌딩, 거리 등에 대한 사례를 중심으로 왜 그러한 설계가 나왔고, 더 나은 생활을 위해 건축이 어떤 것을 생각하고 고려하여 발전해야 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었다면, 이 책은 조금 더 원론적으로 들어가 동서양의 문명이 어떻게 이루어졌고, 그 차이로 인해 발생한 서로의 문화적 차이와 공간을 접하는 태도의 차이가 나오게 되는지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으로 이루어진다. 그 뿐 아니라, 기후적인 차이(주로 연간 강수량과 언제 비가 집중되는지에 대한 차이)로 인하여 건축에 대한 접근이 다른 것에 대해서 아주 이해하기 쉬운 그만의 설명 방식으로 독자들을 납득시킨다.
기후적인 차이로 인한 부분에 대해서만 조금 써 보자면, 연간 강수량이 1천미리가 되지 않으며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는 시기가 딱히 없는 서양에서는 주로 밀을 키운다. 반면에 연간 강수량이 1천미리가 넘는데, 그 강수량이 주로 특정 기간에 집중되어 내리는 동양에서는 벼농사를 주로 한다. 밀 농사와 벼 농사의 차이는, 밀의 경우 그냥 밭에 밀알을 뿌려 두면 알아서 밀이 자라고 다 자란 밀을 그냥 수확하면 된다. 반면에 벼 농사의 경우는 비가 집중적으로 오기 전에 빠르게 벼를 심고 또 가을에 태풍이 오기 전 집중적으로 수확을 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길을 놓는 등의 일들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함께 모여 그러한 일들을 하는 공동체 의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밀을 키우는 지역은 개인주의가 조금 더 강한 것이고, 벼농사를 짓는 지역에서는 집단의식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동양과 서양의 시골 풍경을 떠올리면 이해하기가 쉽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쌀을 재배하는 지역의 시골 마을을 보면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그 안의 공동체가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서양의 시골 마을을 떠올려 보면, 넓은 들판에 드문드문 떨어진 집들이 샛길로 이어져 있는 모습이 많다. 기후로 인해 재배하는 식물이 달라서 이러한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또 예로 나오는 것은 체스와 바둑의 차이다. 체스의 경우는 가로 8칸 세로 8칸으로 이루어진 체스판에서 선으로 구분이 되어진 네모칸 "안"쪽에 말을 둔다. 그러나 바둑은 격자무늬로 이루어진 바둑판의 선들이 교차하는 "교차점"에 바둑알을 두는 차이가 있다. 이는 서로의 건축에 대한 접근의 차이로도 설명이 되었다. 집중 호우가 없는 기후에서는 '벽'을 기준으로 공간을 구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집중 호우가 있는 기후에서는 많은 비가 내릴 때 '벽'을 지탱해 주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에 기둥을 세우는 형태로 안과 밖의 경계가 없는 형태로 공간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그러한 차이로도 연결이 된다. 그래서 체스는 벽 안쪽에 말을 두고, 바둑은 기둥과 같이 격자무늬의 교차점에 바둑알을 두는 등의 차이가 그렇게 연결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시대가 바꿔면서 지금은 동서양의 건축은 서로의 경계가 애매해 지고 있다. 특히 현대 건축 관련해서는 절대 빠지지 않는 인물인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의 원칙을 보면, 동양의 기둥 문화에 큰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이에 대해서는 책에서 많이 다루고 있지만, 내가 요약해서 다시 쓸만큼의 이해를 하지는 못해서.. 일단 여기까지.
개인적으로 건축이나 도시 공학에 조금 관심이 있어서 유현준 교수의 책을 좋아한다. 그가 이전 책에서 언급했던 것에서 가장 공감가는 부분은 우리나라 학교 건물에 대한 비판이다. 우리나라 학교 건물은 사실 교도소나 다름 없는 공간이다. 건축비를 아껴가며 최소한의 비용으로 지금처럼 학교를 짓지 말아야 한다. 이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별도로 한 번 포스팅을 해 보고 싶어진다. 관심이 있으신 분은 한 번 유현준 교수의 책을 읽으면 공감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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