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측면이 좀 더 낫습니다만 / 하완 지음
에세이 책은 제목을 얼마나 잘 짓는지가 흥행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라는 제목으로 히트를 친 에세이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하완 작가가 쓴 두 번째 책 『저는 측면이 좀 더 낫습니다만』이라는 책이 있다는 것을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려고 알아보는 과정에서 알게 되어 읽게 되었다.
알고보니 하완 작가도 브런치에 적어오던 에세이를 묶어서 책으로 발행했던 것이었다. 저자는 책 읽는 것이 취미 중 하나인 분이기도 하고,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접의 특성을 생각할 때 평소에도 이런 저런 관찰을 하고 거기서 포인트가 되는 지점을 집어내는 능력이 있어서인지 제목의 가벼운 느낌과는 다르게 책에서는 공감 가는 이야기를 술술 잘 풀어나간다.
저는 측면이 좀 더 낫습니다만
전작에서도 그렇고 이번 책에서도 그렇고 이 작가는 어쩜 이렇게 제목을 잘 지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첫 번째 책은 직장 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반백수의 삶을 즐기면서 깨달은 삶의 태도에서 나온 것이고, 두 번째 책은 작가의 어린 시절 경험에서 얻은 인사이트이다.
고등학교 시절 미술시간에 짝을 지어 상대방 얼굴을 그려주는 과제가 있었다고 한다. 다들 정면을 그리면서 상대방에게 내가 그렇게 생겼는지 티격태격하고 있는 동안 어느 한 친구가 '정말 똑같다'고 하는 이야기가 들려서 가 봤더니, 그 친구는 정면이 아닌 측면을 그린 것을 보고 큰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이전 에세이 책에 비해서는 조금 짧게 여러 주제들에 대해서 저자의 생각이 기록되어 있는 책인데, 이 책 역시 브런치에 연재했던 글을 묶어서 책으로 발행한 것이다. 내가 브런치의 문을 두드려 볼까 생각했던 것도 이 작가의 영향도 크다. (물론 글쓰기 실력이나 내용의 깊에서는 비교가 안 되지만)
아무래도 작가의 직업적 특성으로 인해 같은 것을 봐도 한 번 뒤집어 생각해 보는 훈련이 잘 되어 있어 보인다. 각 소제목마다 붙어 있는 한 컷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촌철살인의 메세지가 나는 많은 공감이 간다. 아마 나이대가 비슷한 것도 영향이 있지 않나 싶기도. (나보다 두 살 정도 어린 듯)
가볍게 읽으면서 한 번 더 곱씹어 생각해 볼만한 에세이를 읽고 싶다면 하완 작가의 에세이들을 추천한다. 특히 30대 중반 이후에 삶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조금 더 마음 속에 잘 들어오는 작가의 생각들이 있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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