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안은영 / 정세랑 장편소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만들어져서 화제가 되었던 소설이다. 넷플릭스에서는 본 적이 없고 책도 딱히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제목의 구조가 『82년생 김지영』과 똑같고 그 영화의 주인공 역할을 맡았던 배우 정유미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을 맡아서 생기는 사소한 선입견 때문이었다. 페미니즘에 대해서 논란이 있어서 그냥 웬지 손이 안 가게 된 느낌이랄까. 페미니즘을 논하려는 글은 아니고, 그냥 그런 이슈가 있다는 것만으로 관심이 덜 생긴 것 뿐이다.
와이프의 경우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를 읽었는데, 생각보다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 작가의 책을 제끼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친구들과 하고 있는 독서토론의 책으로 이 책이 선정되어서 반강제적으로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생각보다 재미 있는지 피식 거리면서 『퇴마록』이 생각나는 책이라고 하여, 그 책을 몰입하여 보던 때가 떠올라 궁금해서 나도 이 책을 읽었다.
보건교사 안은영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이 되어서 인터넷에 몇 번 언급이 되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딱히 드라마에도 관심이 없어서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몰랐다. 사실 넷플릭스 드라마가 아니라 지상파 방송 드라마인줄 알았으니, 당연히 보건교사와 재벌가 아들의 사랑 이야기겠거니 생각했지. 막상 책을 보니 '퇴마사'라는 것이 주제여서 신선한 충격을 1차로 받았고, 생각보다 술술 읽히며 몰입되는 이야기에 2차 중격을 받았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 책은 가볍게 읽어 볼만한 '퇴마록' 이야기다. 보건교사로 일을 하고 있지만, 퇴마 능력이 있어서 학교에서 근무하며 일어나는 여러 퇴마 이야기들을 가볍게 하나의 챕터로 나눠서 이야기를 꾸려 나간다. 학교에서 근무하는 사람마저도 학교 이야기를 너무 잘 풀어나가서 작가가 혹시 교사였나 하는 의구심을 품기까지 했다. 그만큼 학교에서의 모습을 묘사하는 것은 아주 탁월했다.
짧게 나눠져 있는 이야기지만 뭔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있기도 해서 생각보다 읽어 볼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다만, 마지막 결말이 내 예상과는 다르게 끝나는 부분이 조금 아쉽기는 했다. 용두사미 같은 느낌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다시 곱씹어 보면 이런 결말이 나올 것 같이 전개되기는 하니 작품성은 좋다고 해야 할까.
책을 다 보곤 난 후 넷플릭스 드라마의 1화를 봤다. 몇 장면만 스킵해서 보기는 했지만, 역시 책을 보면서 머리 속으로 상상하던 장면과 그것을 실제 영상으로 담아내는 것의 괴리만 느꼈다. 책을 봤다면 굳이 드라마를 보진 않아도 될 것 같다. 드라마로 만들어낸 연출력이 많이 아쉽게 느껴졌을 것이다. 반면에 드라마로만 봤다면, 흥미롭게 볼 수 있을 수도 있겠다. 나름 재미는 있으니까. 이거 뭐야? 하는 생각을 하면서 끝까지 몰입해서 볼만한 내용이다. 원작이 웹툰이었던 <지옥>이나 <스위트홈>과 다르게 소설이었기 때문에 영상으로 담아내는데 한계가 있기는 했을 것이다. 내 머리 속에서 생각했던 스케일은 넷플릭스보다 훨씬 더 컸으니까.
아무튼 가볍게 슥슥 넘겨가면서 보기 괜찮은 책이다. 넷플릭스 드라마를 안 봤다면, 영상으로 보지 말고 책으로 읽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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