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뻥 뚫린다. 대장봉에서 바라본 고군산군도
코로나 시국이 2년이 넘어서 사그라들기는 커녕 또 다른 변이종으로 더 커질 줄 누가 알았으랴. 아무리 상황이 이렇다 할지언정 신나고 즐거운 방학을 맞이한 아이의 시간을 집에서만 보내게 할 수는 없는 터. 잠시 시간을 내서 근대문화의 흔적을 느껴볼 수 있는 군산으로 여행을 떠났다.
고군산군도
기왕 군산으로 간다면, 군산에서 약 1시간 조금 안 되게 이동하면 갈 수 있는 새만금 방조제에서 연결되어 있는 고군산군도는 필수 관광 코스라고 할 수 있다. 겨울에 방문해도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는 고군산군도. 신시도,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 대장도가 모두 도로로 연결되어서 각 섬마다의 독특한 분위기를 느끼기 좋은 곳.
이곳에는 두 번째 방문인데, 두 번 다 겨울에 왔다. 바람이 많이 불어 추워서 지난 번에는 오르지 못했던 대장도의 대장봉에 이번에는 기필코 오르리라 마음을 먹고 왔다.
앞에 보이는 곳이 대장도와 정상부가 대장봉이다. 해발 142미터 밖에 되지 않는 곳이지만, 이곳에 올라가서 본 모습은 다른 높은 산 못지 않다. 오르는 길이 조금 힘들 수도 있지만, 올라가면 힘들었던 사실을 다 잊을만큼 멋진 풍경으로 보답해주는 대장봉.
앞에 보이는 펜션 단지들을 끼고 오른쪽으로 조금 가면 대장봉으로 오르는 길을 만난다. 평소 움직임이 없는 편이라면 고생 좀 하면서 올라갈 수 있으니 각오는 단단히 하고 올라가야 한다. 그렇다고 못 오를 정도는 아니다. 어린 아이들도 부모님이나 할아버지, 할머니 손 꼭 잡고 올라오는 곳이니까.
대장봉에 다 오르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 바로 앞에 보이는 곳이 장자도이고, 다리 건너서가 선유도다. 집에서 출발해서 군산 근처까지 오는 동안은 날씨가 매우 맑고 하늘에 구름 한 점 보기 힘들어서 이번 여행은 참 기대가 컸는데, 군산이 가까워지면서 하늘의 구름도 많아졌다. 우리의 여행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도 구름 사이로 나오는 빛 기둥을 보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장자도의 서쪽에는 관리도라는 섬이 있는데 이 섬 위에만 햇살이 가득 내려쬐려고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드디어 대장봉에 올랐다. 하늘색에 맞춰 바다의 색도 변할텐데, 이날 하늘이 회색 빛이다 보니 바다도 짙은 녹색이 되어 버렸다. 너무 아쉬웠지만, 여행이 다 이런 것이지 뭐. 다 채워지지 않은 부분을 다시 채우기 위해 이 곳은 언젠가는 다시 또 와야 할 곳으로 머리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올라올 때는 그렇게도 힘들었던 계단이 내려갈 때는 왜 이리 짧은지. 사진으로는 거의 직각에 가까운 각도로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처럼 보여진다. 140미터면 대략 40층 이상 되는 건물의 높이에 맞먹는다. 평소 아파트 25층 정도까지 계단으로 올라갈 때 얼마나 힘든지를 생각해 보면 된다. 그거 2배 정도 되는 강도면 대장봉에 오를 수 있다.
장자도 길쭉이호떡과 댕댕이들
금강산은 식후경이지만, 대장봉은 식전경이다. 차를 갖고 장자도까지 오면 회전교차로를 만나고 그곳에서 장자도로 진입을 하면 바로 주차장을 만난다. 대장도 펜션을 예약했다면 차를 몰고 대장도까지 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장자도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가면 된다.
이곳 주차장 주변에는 호떡을 파는 가게가 많이 있다. 그 가게에서 얼마 이상 사 먹으면 주차 2시간 무료를 지원해준다. 금액제한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가 방문한 '장자도 그때그집'에서는 1만원 이상 구매라고 했다.
대장도에서 장자도로 나오는 길에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기름에 튀기듯 구운 호떡을 판다. 바다바람을 피해 먹을 수 있도록 천막도 제공하는 곳이 많으니 그런 호떡을 좋아한다면 그곳에서 사먹어도 된다. 한편 장자도에서 선유도로 가는 쪽에는 조금 다른 호떡을 파는 곳도 있다. 우리는 길쭉이호떡을 판다는 곳으로 갔다. 추위를 뚫고 왔으니 커피로 몸을 데피기도 할 겸.
주문하고 나서 가게 안을 돌아보니, 견공계의 공유, 송혜교, 송중기, 강동원이 있었다. 사장님께서 키우시는 4마리의 강아지가 있었는데, 위 사진에는 사장님이 있던 곳의 뒤편 소파에서 자고 있던 견공계의 강동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셋이 순서대로 앉아서 사진 찍는 나를 쳐다본다.
견종이 평소 흔히 볼 수 있는 순수혈통들이 아닌 것 같아서 살펴보니, 공유는 진돗개와 말라뮤트 믹스, 송혜교는 순수 진돗개, 송중기는 진돗개와 사모예드의 믹스였다. 사람도 혼혈인 경우 독특한 외모로 눈길을 끄는 것처럼 댕댕이들도 똑같았다. 진돗개는 사람을 좋아하는지 사진 찍는 동안 내 앞으로 와, 쓰담쓰담을 허락해 줬다. 우리가 주문한 호떡 준비를 마친 사장님이 4마리를 모두 데리고 잠시 산책을 나가려고 하니 신나서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길쭉이호떡은 다른 호떡과 다르게 기름을 많이 쓰지 않고 굽는 편이다. 기름맛이 덜 나서 조금 더 건강한 맛이라 보면 된다. 대장봉을 오가느라 소모했던 에너지를 보충하기에는 충분했다.
타임라인이 기록해 준 우리의 동선
이렇게 다녀온 우리의 경로는 중간에 GPS가 튀어서 완전히 잘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구글 타임라인을통해 어디를 다녀왔는지 볼 수 있다. 이것만 봐도 이번 고군산군도 방문에서 어느 부분을 놓쳤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다음에는 신시도와 무녀도를 조금 더 자세히 봐야 할 것 같다.
지금은 공사중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곳에는 국내 최장 케이블카 기록을 갈아치울 케이블카 설치가 계획중이라고 한다. 신시도와 무녀도를 잇는 구간이라고 하는데, 그것을 비롯해서 새만금개발청에서 계획하고 있는 관광거점화 사업들이 잘 추진된다면 우리나라의 관광 핫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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