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축제자랑 - 김혼비, 박태하 공저 (민음사)
이상한데 진심인 K-축제 탐험기
김혼비, 박태하 부부가 전국의 축제를 다니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기록한 책이다. 이 책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던 것은 아니고, 블로그에 전국 축제를 소재로 사용해서 써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읽어본 책이다.
오랜만에 책소개 글을 올리는 이유는 이 책은 정말 재미있어서 추천할만하고 생각해서이다. 그럼 어떤 책인지 간략히 소개를 이어가본다.
전국축제자랑
작가소개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있는 이 책의 저자에 대한 설명을 보면 아래와 같다.
김혼비 - 못 견디게 쓰고 싶은 글들만을 천천히 오래 쓰고 싶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아무튼, 술』을 썼다.
박태하 - 쓸 수 있는 이야기만큼은 최선을 다해 쓰고 싶다. 『책 쓰자면 맞춤법』, 『괜찮고 괜찮을 나의 K리그』를 썼다.
지은이 소개에 들어가 있는 두 부부의 프로필의 사진만 봐도 어떤 느낌의 글을 쓸지 감이 올 것이다. 제목에서는 위트가 전혀 느껴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출해 왔지만, 책의 첫장을 시작하면서부터 이 작가들의 재치 넘치는 글의 매력에 저절로 빨려 들어가게 하는 매력이 있는 작가이다.
목차
축제장 앞에서
축제의 힘을 믿든 말든 -의좋은형제축제
학구 많은 축제 중에서 -영암왕인문화축제
어쩔 수 없이 그럴싸하게 -영산포홍어축제
의령의 진짜 유령은 -의병제전
이런 나를 좀 보라고 -밀양아리랑대축제
에헤라 품바가 잘도 논다 -음성품바축제
어느 천년에 그거 다 했어 -강릉단오제
갈라져야 쓰것네 -젓가락페스티벌
이건 먹고 들어가는 콘셉트 -완주와일드푸드축제
이제 그만 거꾸로 거슬러 올라야 할 -양양연어축제
제철은 아니지만 제 길을 찾아 -벌교꼬막축제
작지만 맞춤한 것들을 만나기 위해 -지리산산청곶감축제
축제장을 나서며
추천의 글
이런 축제도 있구나 싶은 전국의 12개 축제를 다녀왔다. 하나의 축제가 한 편의 에세이가 되어서 총 12개의 에세이로 전국 곳곳의 축제를 만나볼 수 있다.
책 내용의 일부 소개
P. 55 찬란한 봄의 유채꽃밭을 지나 축제장에 가까워지는 길, 유채꽃들이 찰랑일 때마다 입안에 레몬 과립 다섯 포를 한꺼번에 털어 넣은 듯한 상큼함이 밀려왔는데, 어느 순간 꽃향기의 틈새를 비집고 홍어 향이 진하게 풍겨 오기 시작했다. 홍어를 넣은 화전이라는 게 있다면 이런 냄새가 나지 않을까, 누군가가 실수로라도 그런 걸 만들 일은 없어야 할 텐데 생각이 절로 들 만큼 기괴한 냄새였다. 한데 몇 걸음 지나지 않아 그 비슷한 걸 보고야 말았다. 노란 유채꽃밭 한가운데에 빨간 꽃을 홍어 모양으로 심어, 위에서 보면 빨간 거대 홍어의 형상이 드러나는 꽃밭이 나타난 것이다. 홍어로 화전을 만드는 게 아니라 꽃으로 홍어를 만들 줄은 몰랐지……. 이 꽃들은 기껏 열심히 향기롭게 자랐더니 결국 홍어가 된 운명을 어떻게 생각할까.
P. 182 축제라기보다는 공무원들의 숙제 같았다. 악천후와 저예산 등 여러 악조건 속에서 분투하셨음은 알지만 태생부터가 지자체와 별 관련 없는, 짝이 맞지 않는 젓가락이었으니 잘못출제된 과제 아니었을까. 다른 축제들은 거칠지언정 ‘이 축제를 왜 여는가.’에 대해 뜨거운 진심의 대답이라도 갖고 있는 반면, 젓가락 페스티벌에는 마지못함의 기운이 팽배했다. 문화도시로 선정된 그해에 일회성으로 열었다면 모두에게 행복했을 축제를 어영부영 꾸역꾸역 끌고 와야 했던 청주와 젓가락의 슬픈 인연도 이제는 끝낼 때가 됐지 않나 싶다.
P. 290 이전의 여행들이 주로 그 지역의 명소나 음식, 풍광으로기억에 남았다면 축제를 통해 방문했던 지역들은 유독 사람들로 기억에 남았다. 지역의 이름이 뉴스에 등장할 때마다 떠오르는 건 축제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가까이에서 한꺼번에만나지 못했을 주민들의 얼굴이었고, 원고를 쓰고 술을 마실때마다 우리의 화제에 오르는 건 글에 미처 담지 못한 그들과의 이야기였으니까. 이 책에 등장하는 곳들을 모두 다시 가 보고 싶은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축제장 안팎에서 마주치고 스쳐 갔던 모든 이들의 안녕이 궁금하고, 그들의 삶의 공간으로서 도시의 안부가 궁금하다. 앞으로 어떻게 변해 갈지도
감상평
부부가 함께 하나의 축제를 다녀와서 에세이를 쓴 방식이 독특하다. 둘 다 작가이기 때문에 글을 아주 잘 쓴다. 그런데, 이 부부가 이 책을 만들어 나간 방식은 이렇다.
먼저 한 명이 초고를 쓴다. 그것을 다른 한 명이 받아서 뺄 것은 빼고 넣을 것은 또 넣는다. 다시 처음 쓴 사람에게 돌아와서 검토하고 수정하는 방식으로 한 편의 에세이를 부부가 공동으로 쓴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저라면 내용의 파트를 나눠 작성 한 후 합본하는 형태일텐데, 이 부부의 생각은 달랐다. 글 하나를 둘이서 정말로 같이 썼다. 그런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글을 읽어보면 너무 자연스러워서 새삼 이들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의 여행에세이와는 결이 다른 느낌으로 아주 가벼운 문장 같으면서도 예리한 지적이나 깊은 생각이 담겨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지역축제를 한 두 번이라도 다녀와 본 적이 있다면 공감 가는 부분도 많이 있을 법하다.
많이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지역축제를 가 보면 그 동네의 주민들만 즐기기 위한 행사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주객이 전도되어 축제장 옆에 준비되는 먹거리 장터가 메인이 되는 경우도 많다.
이웃 지역들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축제를 하기 때문에, 해당 지자체에서 어떻게든 자신들도 비슷한 형태의 축제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는 하다. 조금 더 지역의 역사나 문화를 드러낼 수 있는 축제를 준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지만, 쉽지 않으니 그렇기는 할 것이다. 막상 나보고 하라고 해도 정말 톡톡튀는 그런 행사를 기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 책을 보고 나서 우리 가족의 목표도 생겼다. 이번 여름 휴가를 가면서 간단한 여행기를 공동으로 기록해 놓는 것이다. 어차피 매일 글을 쓰고 있으니, 각자 하루씩 담당해서 그 날의 여행기를 쓰고, 다음 날에는 돌아가면서 이 부부가 했던 것처럼 살을 붙이고, 수정하며 가족이 함께 했던 여행기를 같이 완성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책읽아웃 오디오 클립
김혼비, 박태하 작가와의 '책읽아웃' 오디오 클립도 들어볼 수 있다. <오은의 옹기종기>라고 하는 곳에 나와서 이 책에 대해서 작가들과 직접 이야기하는 것도 들어보니 말도 재치있게 하는 분들이다.
아래 링크의 오디오 클립에서 5분 30초 정도부터 시작된다. 오디오를 먼저 듣고 책을 읽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178-1 [오은의 옹기종기] 김혼비, 박태하 작가 “저희만 재밌는 거 아니죠? ㅋㅋ”
[다른 책 소개 보기]
다다다 / 김영하 작가님의 보다 읽다 말하다 합본 후기 / 복복서가
어른의 어휘력 , 유선경 지음 / 앤의 서재 (2020)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 유현준 지음 / 와이즈베리 (2019)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 곽재식 / 위즈덤하우스 (2018)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 하완 지음 / 웅진 지식하우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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